신인 배우 임지연에게 요즘은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다. 김대우 감독의 영화 ‘인간중독’은 이렇듯 그에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안겨줬다. 첫 상업영화, 첫 베드신, 첫 인터뷰, 첫 무대인사 등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충무로와 관객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파격적인 데뷔도 한 몫을 차지하지만, 임지연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신비스러운 매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카메라 안과 밖이 다른, 어느 각도에서 보기에 따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김대우 감독도 이러한 임지연의 매력을 알아보고 ‘인간중독’의 여주인공을 맡겼다. 남녀 간의 사랑을 여과 없이 과감히 드러내주는 김대우 감독의 작품 속에서 임지연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개봉을 하고 나니까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요.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죠.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말을 해줄 때 그제서야 ‘데뷔를 했긴 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아직도 무대 인사 등으로 관객들 앞에 서면 긴장해서 얼어버리는 그였지만, 카메라 앵글 안에서만큼은 신비한 매력을 가진 180도 다른 인물로 변신했다. 그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노출을 감행했다.

“스물다섯 임지연으로 봤을 때는 (노출이)굉장히 부담스럽죠. 이제까지 노출은 대중목욕탕에 가서 옷을 벗는 것 말고는 없었거든요.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노출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었던 건 시나리오를 읽고 가슴이 뭉클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 전부터 김대우 감독님의 작품을 정말 좋아했기에 신뢰와 신념이 있었어요. 종가흔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욕심났고요. 감독님도 ‘인간중독’은 베드신이 주가 되는 게 아니며, 표현의 수단일 뿐이라고 하셨어요. 너무나 솔직한 감정 안에서 두 사람이 사랑하는 순간이기에 분명히 아름답게 그려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다른 이들은 흔히 김대우 감독의 작품 앞에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하지만 그는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에 있어서 좀 더 솔직했을 뿐이다. 그와 작품을 함께 했던 여배우들도 임지연과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신인에게 첫 촬영장이란 두렵고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김대우 감독은 임지연이 의연하고 대단했다 칭찬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또한 촬영 전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촬영 전날에는 걱정으로 잠이 안 왔어요. 내가 연기를 못해 선배님들과 작품에 누를 끼치면 어쩌나 하고 말이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오히려 그냥 하자는 마음에 편안했어요. 게다가 촬영장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마지막 촬영날 마지막 장면을 찍었는데 앞으로 이 감사한 분들을 못 볼 거라는 생각에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도 울고, 아무튼 그날은 하루 종일 울다가 끝난 것 같아요.”

‘인간중독’은 베트남 전이 한창이던 1969년 한국 후방 부대를 배경으로 참전 용사인 전도유망한 육군 대령 김진평(송승헌 분)과 부하의 아내인 종가흔(임지연 분)의 위험한 사랑을 농밀하게 그렸다.

임지연은 ‘인간중독’에서 오묘한 마력의 소유자이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솔직한 종가흔으로 분해 속내를 알듯 모를 듯 야릇한 매력의 화교 출신 여인을 그려냈다. 그는 청순한 외모에 섹시한 매력,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 등으로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경험적으로 부족하기에 그만큼 절실하게 준비했어요. 가흔의 과거 일들이나 상처가 무엇인지, 주변의 환경이 어떻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생각을 많이 했죠. 게다가 남부럽지 않은 지위에 있는 남자가 다 내려놓을 정도로 첫 눈에 반할 수 있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고민했죠. 종가흔은 단선적인 면만 아니라 수줍음도 많이 타고 대담한 면도 있는 입체적 인물이죠. 쉽게 다가가려고 했어요. 물론 감독님께서 많이 이끌어 주셨죠.”

종가흔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임지연에게 첫사랑의 아픈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됐다. 김진평과 종가흔 만큼은 아니지만 그 또한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었다.

“이정도의 깊이는 아니지만 가슴 아팠죠. 그때의 감정이 촬영하면서 도움이 됐죠. 그 당시에는 되게 행복했던 순간들이었고, 저도 몰랐던 저를 발견했던 순간이에요. 그 사람과의 추억에 가슴 아팠던 적도 있죠. 저는 김진평과 종가흔의 사랑이 첫사랑의 실패라고 생각해요.”

‘중독’이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이라는 단어가 붙어 그 느낌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임지연에게 있어 ‘인간중독’이란 어떤 느낌을 가져다줄까.

“인간에게 중독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내가 몰랐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겠다 싶어요. 저도 그런 사랑을 받아보고, 중독돼봤으면 좋겠어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중독’은 굉장히 가슴 아픈 나약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 생각해요. 그 안에서 야릇한 볼거리와 가슴 속 뭔가 뜨거운 감정을 가지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임지연은 지난 3개월 반 동안 종가흔으로서 의미 깊은 시간을 보냈다. 촬영장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것은 물론이며,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이러한 행복감은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졌다.

“지난 3개월 반 동안은 ‘내가 이렇게 복이 많은 아이인가’ 할 정도로 행복하게 보냈어요. 개인적인 연기는 아쉽지만, 감사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만족해요.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그는 ‘인간중독’에 대한 애정과 배우 임지연으로서 당찬 포부를 전했다.

“말 그대로 제가 중독됐어요. 중독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어요. 나중에도 호감을 표현할 때 ‘중독’이라는 단어를 쓸 것 같아요. 앞으로도 틀에 갇힌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칭찬에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해요. 대한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잖아요. 종가흔이 아닌 배우 임지연에 대한 관심도 가져주셨으면 해요.(웃음)”

2014년 충무로의 가장 ‘핫’한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지연이 ‘인간중독’을 통해 얻은 성장의 경험을 다른 작품에서 또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를 가져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