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ㆍ취업 후에도 불행”…미리미리 이민준비
-문과보단 이과, 언어보단 기술 자격증이라는 공감대
-전문가 “이민이 근본해결책 아냐…철저하게 준비를”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대구 달서구의 한 기계공업고등학교를 다니는 박모(18) 군은 예전부터 막연하게 이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취업, 결혼 후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촌형들 때문이다. 박 군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람들도 승진 압박, 결혼 압박, 자녀 교육 압박 등 모든 기뻐야 할 일들이 압박으로 느껴져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더라”며 “미래를 생각하면 밝아야 하는데 어둡기만 하다”고 했다. 박 군은 1년 전부터 한 포털의 이민 카페에 가입해 유럽 국가로 이민을 가기 위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다. 이후 문과보단 이과가 낫고, 언어 자격증보단 기술 자격증이 더 낫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술 자격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2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공인 민간자격증의 수는 2008년 77개이던 것이 현재 100개로 증가했다. 공인 자격증을 제외하고서라도 등록된 민간 자격증이 이미 2만개를 넘어 선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의 자격증은 공업계 기술 자격증인데, 타일기공사 등의 자격증은 기술이민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력한 이민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이민을 계획중인 경기 수원의 안모(31ㆍ여) 씨도 “아이가 생기고 난 뒤 이민을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기술자격증이 있으면 영주권을 비교적 쉽게 발급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얼마 전부터 보석감정사 자격증 시험을 위해 학원에 등록해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자격증=이민 수단’이라는 인식이 이민을 희망하는 10대들 사이에서도 퍼진 분위기다. 외국에 거주하거나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10대들에겐 언어 문제보다 기술 자격증 문제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한창 적성과 진로를 탐색해야 할 시기지만 이민을 위한 수단으로서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청년층은 늘고 있어 우려도 낳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국가기술자격 취업률 등 현황 분석’에 따르면 10대에서 20대까지 청년층이 전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자의 5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성과 맞지 않더라도 향후 이민을 가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사람도 있다. 이민 카페에 고민을 올린 한 누리꾼은 “원래 하고 싶은 일은 스포츠 마케팅과 같은 문과 쪽인데 우선 축구강국인 유럽국가로 이민을 가기 위해선 이과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들었다”며 “이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민을 빨리 갈 수 있는 방법과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이민을 고민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에 성공하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끝없는 경쟁과 열악한 복지 등 헬조선 얘기가 계속 나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10대들이 이민을 고민하는 것 같다”며 “막연히 도피에 가까운 이민을 생각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민의 어려움과 실패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