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찾은 자금 은행 쇄도 은행 “고금리로 자금조달 필요없다”

저금리 장기화로 ‘덤’ 금리를 얹어주는 은행권 특판예금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예대마진율 축소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0.1%의 낮은금리에도 자금이 몰리는 만큼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예ㆍ적금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저축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오는 25일 제 53회 ‘저축의 날’도 ‘금융의 날’로 이름을 바꿔 진행된다.

▶종적감춘 특판예금=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제53회 저축의 날’을 기념해 특판 예금상품을 내놓은 시중은행은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최대 연 1.7% 금리의 정기예금을 1조원 한도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외 은행들은 출시 계획이 없다. 신한과 우리은행은 관련 지난 2013년을 끝으로 관련 특판상품 츨시를 중단했고 NH농협은행도 해당 상품을 내놓지 않은 지 5년이 넘었다.

자체 운영하는 스포츠구단 승리 기원 특판상품도 올해는 종적을 감췄다. 여자농구단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은 올해 시즌(2016~2017년)엔 우승 기원 특판예금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재까지 특판예금을 단 한건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시즌 소속 여자농구단이 우승을 거머졌던 우리은행 역시 올해에는 관련 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 대신 민영화 성공을 위한 특판 정기예금을 24일부터 판매키로 했다. 가입금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우대금리 0.2%포인트가 추가돼 최고 1.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엔 1월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 기원 특판적금을 6개월 한시 판매했으나 올해는 이 상품은 물론, 특판예금 상품 출시 자체가 없다. 그나마 KEB하나은행만 자사 골프대회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KEB하나은행의 ‘나이스 샷 골프 적금’을 지난 16일까지 판매했다. 지난 리우올림픽을 기념해 출시된 특판예금도 은행권 통틀어 KEB하나은행의 ‘오! 필승 코리아 예ㆍ적금’ 1건 뿐이었다.

▶특판예금 품귀현상, 왜?=특판예금이 사라진 이유는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면서 예ㆍ적금 고객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주저않으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대거 은행으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구불예금 등 0.1%의 초저금리 상품에 몰리고 있어 은행으로서는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89조5000억원으로 3개월 새 11조5000억원(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축성 예금이 1.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저금리에 딱히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수익성 관리 차원도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 차가 감소하면서 주력 수익원인 이자마진이 감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은행권 예대마진은 1.95%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해 말(1.97%)보다 더 하락했다.

예ㆍ적금 자금을 받아봤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은행들이 예ㆍ적금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돈을 굴릴 곳도 없는데 2%에 가까운 금리를 줄 필요가 없다”면서 “금리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특판예금 출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판예금의 금리가 기존 정기 예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구조로 기획되면서 특판예금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열기가 식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성 상품에서나 우대금리를 주고 있을 뿐 정기적인 예금특판은 사라진지 꽤 됐다”며 “특히 기준금리가 1.5%로 떨어진 후 수익성을 지키지 위해 무리한 수신 확대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사실상 정기적인 특판예금 시대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올해부터 ‘저축의 날’을 ‘금융의 날’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재테크가 저축뿐 아니라 펀드 투자 등으로 다양해져 금융의 역할도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