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들의 증언 “쪽잠ㆍ무박 운행도 공공연”
-“어떤 때는 20~30시간씩 운전대 잡아 우리도 괴로워”
-수입 때문에 출ㆍ퇴근용 버스, 고속버스 운전도 병행
-정부 4시간 운행-휴식 30분 의무화…“실효성에 의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13일 밤 10시 11분께 울산 울구군 언양읍 부근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추돌 및 화재 사고로 1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관광버스 앞타이어 펑크 등 차체 결함 이외에도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피로가 쌓인 운전자가 사고 순간 원활하게 대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14일 운수업계 종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내 관광전세버스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국내 관광전세버스 시장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과다한 경쟁이 야기되고, 운영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익차가 커 현장에서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버스 운전기사들의 복리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회사를 거의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세관광버스 운전기사 정모(52) 씨는 “회사의 지시대로 따르다 보면 버스 운전자들이 20~30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쪽잠ㆍ무박 운행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200만원 안팎의 적은 월급으로 생활하는 열악한 상황임에도 단체 관광객을 모집해 여행을 떠날 경우 숙소를 제대로 마련받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사고 당시 운전기사는 전날 숙박시설이 아닌 버스에서 쪽잡을 잔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박봉으로 인해 관광전세버스 운전 이외의 일을 병행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전세관광버스 운전기사 최모(51) 씨는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을 위해서는 평일에 회사의 출ㆍ퇴근용 버스를 운전하고, 출ㆍ퇴근이 없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관광전세버스를 운전하다보니 쉴 틈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 박모(48) 씨는 “우리나라 관광전세버스 회사들은 관광객만으로 버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회사소속의 관광전세버스 전체를 관광용으로만 운영할 수 없다”며 “그러다보니 운전사들은 고속버스와 관광전세버스를 교대로 운전할 수밖에 없어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정에 정부는 뒤늦게 대형버스 운전자도 4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전하면 최소 30분을 반드시 쉬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ㆍ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버스 운전자는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4시간 연속운전 후 최소 30분의 쉬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며 퇴근 후 다음 출근 시까지는 의무적으로 최소 8시간을 연속해서 쉬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뒤따른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성명을 통해 “졸음운전을 예방하려면 운전이 끝난 뒤 연속으로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미 1979년에 권고한 것으로, 선진국에선 시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최대 운행시간을 하루 9시간, 일주일에 56시간으로 제한하고 2주간 9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휴게시간도 4시간30분 운행 시 최소 45분의 휴게시간을 주고, 하루 11시간을 나누어 쉬되 두 번째 휴식시간을 9시간 이상으로 규정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 시외버스 노동자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60.1시간, 고속버스는 48.6시간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