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고깃집을 하는 A씨는 지난달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있던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부인과 아들 딸이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 죽을 맛이다. 매달 직원들에게 월급이 나가지 않으니 그나마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막막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초 경기도 평촌에서 치킨집을 개업한 B씨는 얼마 전 가게를 접었다. 그동안 아내와 아들이 월급도 받지 않고 거들었지만 쥐꼬리 매출에 가게임대료, 재료비와 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수입은 거녕 빚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3.6%로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들어 은퇴자와 실직자들이 주도하는 자영업 창업이 다시 급증세다. 감소세를 보이던 자영업 창업이 다시 늘고 있는 시점이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직, 가파른 청년실업 추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가족까지 뛰어들지만 불황을 못 견뎌 폐업하는 사례도 봇물을 이룬다. 이른바 ‘불나방’ 자영업이 다시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매달 수만명씩 줄곧 줄어들던 무급가족 종자사수가 지난 9월 120만6000명을 기록, 처음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00명 증가세로 돌아섰다. 무급가족 종사자수는 올해 1월 95만2000명에서 9월 120만6000명으로 25만4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0만명에서 120만3000명으로 20만3000명이 늘어난 것보다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하지만 가족끼리 운영하는 생계형 영세업장인 통닭집 같은 음식업종과 서비스업종은 창업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폐업도 속출하는 업종이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10명 중 8~9명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신규·폐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최근 10년간 창업은 967만개, 폐업은 799만개로 집계돼 개인사업자 생존률은 17.4%에 불과했다.

자영업 창업은 2014년 101만개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소매업, 음식업, 서비스업의 비중이 각각 20% 안팎으로 비슷한 규모인데, 서비스업의 창업이 197만개(20.36%)로 가장 많았고, 폐업은 음식업이 172만개로 전체 폐업의 21.6%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창업 230만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폐업 역시 188만개로 전체 폐업의 23.6%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개인사업자 대출은 12% 증가한 222조9045억 원으로 같은 기간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7.9%를 뛰어넘었다. 특히 50대의 경우 전년대비 무려 21조원이나 폭증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39.2%인 97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노후소득이 불안정한 퇴직자들이 뾰족한 대책이 없어 생계형 창업에 떠밀리듯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규직,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자영업자군의 자산대비 부채율은 2014년 19.0%에서 2015년 19.5%로 증가했으며, 가처분소득대비 부채율은 같은 기간 201.3%에서 206%로 증가했다. 미국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거나, 이로 인한 충격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자영업자 가구의 부실위험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르면, 미국 금리인상으로 300bp(베이시스 포인트ㆍ1bp는 0.01%,300bp는 3%) 충격이 가해지면 자영업자 위험가구 비율은 4.6%, 위험부채는 14.3% 증가한다. 자영업 증가는 국가 경제에 뚜렷한 위협이자 부담인 셈이다.

김대우ㆍ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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