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 2년연속 최다수상가능 노벨과학상 30명 목표 생리의학상 이어 화학상도 후보 1949년이후 과학분야 수상 22명 메이지유신 이후 기초과학 투자 응용기술투자 한국은 갈길 멀어
천체 물리학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탄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ㆍ90)는 1982년 당시 폐광인 카미오 광산에 높이 16m, 지름 15.6m의 물탱크를 만들었다.
양성자 붕괴 현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관측에 실패하면서 좌절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구가 입자 물리학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직접 정부를 찾아가 설득했다.
세계적인 실험장비 제작회사를 찾아가 자신을 위해 기구를 만들어줄 것도 요구했다. 그는 마침내 1987년 5000t 용량의 세계 최대 광증폭관을 설치해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거금 30억원을 그에게 대줬다. 연구의 성공으로 그는 20여년 뒤 노벨상을 받았다.
지난 3일 세포 내 단백질 등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오토파지(autophagy, 自食作用)’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의 50년 외길 연구 인생에도 반복되는 ’실수‘를 묵묵히 지켜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일본 정부의 믿음이 있었다.
이런 연구 환경은 5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노벨화학상의 주인이 또 일본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단초들이다.
최근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일본이 화학상까지 거머쥔다면 지난해(생리의학상ㆍ물리학상)에 이어 올해도 과학분야에서 2년 연속 최다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것이 된다. 올해는 문학상 후보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까지 비중 있게 오르내리고 있어 일본이 노벨상 ‘3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화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인들은 ‘거대분자약물의 EPR 효과를 발견해 암 치료 분야의 진보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마에다 히로시 일본 소조대 약물전달과학과 및 구마모토의대 교수와 마츠무라 야수히로 일본 도쿄 국립동방병원암센터 종양학 연구센터 비수술치료분과장 등 2명이나 된다.
이들이 상을 받게 되면 지난 2010년 이후 화학 분야에서 6년 만의 수상이다.
일본은 지난 1949년 유카와 히데키가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기초과학분야에서만 22명의 노벨상을 받았다. 문학상과 평화상까지 합하면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에 이른다.
일본의 노벨상의 뿌리는 100여년 전인 19세기 말 ’화혼양재(和魂洋才)’에서 찾을 수 있다. ‘화혼’은 일본의 전통적 정신을, ‘양재’는 서양의 기술을 의미하는 데 근대화 시기 일본의 구호였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일본은 현대물리학, 생리학, 세균학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장기 경제 불황은 일본 과학기술에 제2의 투자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 1995년에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한 후 1996년부터 5년 단위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6-2020)을 시행 중이다. 지난 2001년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일본은 ‘2050년에 노벨과학상 수상자 30명 배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목표의 조기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적어도 노벨상에 있어서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만 늘리면 우리도 노벨과학상을 탈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일본의 노벨상 역사를 직시해 보면 정확한 진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 전후부터였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명박정부 시절 ‘노벨과학상 분석 및 접근전략 연구’라는 용역 보고서를 발주하고 노벨과학상 접근 전략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 세기 동안 일본과 다른 길을 걸어 왔다. 기초과학연구를 시작한 시기도 1980년대 들어서였다.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보다는 산업화에,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일본이 만들지 못하는 갤럭시노트7을 만든 성과는 그래서 얻어진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은 “일본은 화혼양재 슬로건에 기반한 결과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정부는 학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믿고 지원해 줬다”며 “우리나라는 논문 수가 많거나 SCI급 논문 내면서 공무원과 가깝게 잘 지내는 사람들이 지원을 받는, 기술 개발식의 투자 환경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며 “일본은 기초 과학에 대한 역사 자체가 굉장히 오래돼 그 만큼 노벨상을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현ㆍ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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