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파포’·‘잠실엘스’등 전세 비중 3.6% 불과
5563가구 ‘리센츠’ 전세 0.9% 등 씨말라
“전세시장 가뭄, 아파트값 하방지지 역할”
실거주 의무와 대출규제, 공급 부족 여파로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5000~1만가구 안팎의 초대형 대단지마저 사실상 전세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상위 10개 대단지 규모가 6만6000여 가구에 달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은 전체의 3%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주택 밀집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일부지역에서 아파트값 하락세가 나타나곤 있지만, 전세시장의 매물 가뭄이 아파트값 하방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상위 10개 대단지의 전세 매물 현황(네이버 부동산)을 살펴본 결과, 시장에 등록된 매물 비중은 약 3.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0개 단지의 총 가구수는 6만6480가구인데, 전세 매물은 2392건에 그쳤다. 이미 계약이 체결됐으나 삭제되지 않은 거래 완료 매물이나 중복 등록된 매물을 고려하면, 세입자가 체감하는 전세 물건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은 나와있는 전세 매물이 847건 뿐이다. 그 다음으로 가구수가 많은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매물 비중이 6%(593건) 수준이다. 6864가구 규모 송파구 ‘잠실파크리오’는 전세 매물이 194건, 인근 ‘잠실엘스’(5678가구)도 176건뿐이다. ‘리센츠’도 전체 가구수가 5563가구로 5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이지만, 전세 매물은 49건에 불과해 비중이 0.9%로 매우 낮다.
강동구에선 4932가구 규모 ‘고덕그라시움’ 매물이 36건이고,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3단지’도 5540가구에 매물은 10건에 그쳐 전세 가뭄 상태다.
강남권·한강벨트 외에도 중저가 지역 대단지 또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은 현재 등록된 전세 매물이 26건이다. 4509가구 규모인 성북구 ‘한신한진’ 또한 매물이 20건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세 매물 기근이 임대차 시장 불안을 넘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가격 하방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저가·한강벨트 등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물 부족으로 인한 보증금 상승과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생존 매수세가 매매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내 평균 가격대 주택들은 현재 전세 매물 부족 및 전셋값 상승이라는 여건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이런 양상이 매매가격의 하방 지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주 물량이 부족한 내후년까지는 이 같은 전세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매물 출회에 따른 주요 지역의 가격 하락세를 언급했지만,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서울 중저가·한강벨트 일대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서울 지역에 아파트 매물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거래량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주요 지역들의 실제 거래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 불안을 해소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선 도심 내 신규 입주 물량 확보와 실질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하락세를 보이는 게 맞지만, 이러한 추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금의 전세난 상황을 직시하고 도심 내 유효 입주 물량을 확충하는 공급 방안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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