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이미 정부와 노동계 간 신뢰는 깨졌다. 9·15 노사정대타협 이후 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고,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4법과 2대 지침은 노동계의 반발만 사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9월15일 노사정대타협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처럼 단호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공ㆍ금융부문 총파업을 예고한 것처럼 정부와 노동계가 대화와 타협보다 불통과 분쟁의 대결 양상만 보여 왔고, 그 사이 노동개혁은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노동개혁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는 한편 노동개혁 4법 중 근로시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만이라도 연내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 4법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법 등이다. 이중 파견근로법은 노동계와 야당이 비정규직만 확산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가 납득할만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했는지, 노동계는 지금 시기에 총파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한다”며 “정부와 노동계는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개혁의 접점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노동 4법 중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화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의 경우 이미 노사정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노동4법을 묶어 패키지로 처리하려기보다 노동시장에 시급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노동계에는 임금을 낮추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방식으로 비춰져 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인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및 임금 격차 해소 등에 정부도, 노동계도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미 노동시장에 속해 있는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 장년층들의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하다”며 “지금의 노동개혁은 정규직 비중을 늘리는 등 근로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창업, 해외취업 등 일자리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