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이어 범퍼도 매각 추진…‘선택과 집중’ 첫발
모듈·핵심부품 이익률 0.2% 불과
전장 매출, 올 상반기 12%
車반도체 내재화도 속도
로봇 액추에이터까지 확장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모비스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램프사업 매각을 신호탄으로 수익성과 미래차 시너지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전장·전동화 등 성장사업과 글로벌 고객 확대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7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램프 사업 매각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첫 실행”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사업 구조를 스스로 ‘백화점식 포트폴리오’라고 표현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현대차·기아를 폭넓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업과 제품이 계속 늘어나면서 현재 8개 사업영역에 자원이 분산됐다”며 “한정된 투자 재원이 여러 사업에 나뉘면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사업 재편의 첫 대상은 램프와 범퍼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말 프랑스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범퍼사업도 중견 부품 회사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모듈·샤시안전 등 기존 사업은 매각보다는 수익성 확보와 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전동화와 전장은 성장사업으로 분류해 시장 확대와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모듈·핵심부품 이익률 0.2%…사업별 수익성 ‘극과 극’
육성 사업 선정 기준 중 하나는 수익성이다. 지난해 모듈·핵심부품 사업은 매출 47조8001억원으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2%에 그쳤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760억원, 4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에 머물렀다.
특히 모듈조립은 지난해 매출만 28조2322억원으로 모듈·핵심부품 매출의 약 59%를 차지했다. 여러 부품을 조립해 현대차·기아 생산라인에 순서대로 공급하는 사업 특성상 매출 규모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지 않고 완성차 생산량 변화에도 민감하다. 이 때문에 모듈조립의 큰 매출 비중이 모듈·핵심부품 전체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각 절차에 들어간 램프도 흑자를 내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3~4%에 그친다.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한 데다 제품 주기가 짧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반복해야 하는 구조다. 매출의 85%가 현대차·기아에 집중돼 있어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고객과 물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AS는 현대모비스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지난해 매출은 13조3180억원으로 전체의 22%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2818억원, 영업이익률은 24.6%에 달했다. 현대모비스 전체 영업이익의 약 98%를 AS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미래 성장축으로 꼽히는 전장도 영업이익률 7~9% 수준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했다.
전장·반도체·로봇으로 투자 이동…미래차 중심 체질 전환
향후 필요한 투자 규모와 시장 성장성, 미래 핵심사업과의 기술적 연계성도 살핀다. 램프 매각에는 전동화·전장 등 향후 집중하려는 핵심사업과 비교해 기술 활용과 사업 확장 측면의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투자 무게중심은 전동화·전장과 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차 핵심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장시스템 매출은 약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 전동화 부품 매출의 두 배 수준까지 커졌다.
차량용 반도체도 글로벌 공급난을 계기로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센서·통신 반도체부터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팹리스 중심의 독자 설계 역량과 함께 센서 융합, 스마트 캐빈, SDV 통합제어 기술도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부품에서 축적한 기술을 로보틱스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차량용 액추에이터와 센서·제어기·배터리 기술은 로봇 핵심부품과 기술적 연관성이 높아 기존 전장·전동화 역량을 로봇으로 넓힐 수 있다. 2028년 현대모비스의 미국 액추에이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로봇 1만~3만대 기준 연간 5000억~1조5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고객 구조도 바꾼다. 현대모비스는 부품제조 기준 현대차·기아 매출 비중을 2024년 90%에서 2033년 60%로 낮추고, 글로벌 완성차 비중은 10%에서 40%로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매출을 줄이기보다 북미·유럽·일본 등에서 전장·전동화 등 고부가 부품 수주를 늘려 글로벌 매출을 키우는 방식이다.
6000억 램프 매각 두고 ‘헐값’ 공방…증권가는 “적정”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현대모비스는 다음 달 2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내 램프사업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해외법인을 포함한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매각가격을 둘러싸고 노조와 일부 주주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램프사업의 매각가는 약 60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2조5000억원의 0.24배 수준이다. 노조와 일부 주주는 과거 글로벌 램프업체 인수 사례보다 거래배수가 낮다며 ‘헐값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에선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증권은 램프사업의 영업이익률이 3~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약 6000억원의 매각가격은 2025년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현대모비스 램프사업의 약 두 배인 에스엘과 비슷한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단순 매출 규모보다 수익성과 향후 투자 부담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이제 현대차·기아의 필요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본을 배분하고 고객을 넓히는 회사로 변하고 있다”며 “SDV 전환과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변화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