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인터뷰
AI 서비스 확대시 조회·주문·출금 권한 분리해야
은행서 유출된 정보 결합해 대량 피싱 공격 주의
“콜드월렛에 고객 자산 보관해도 핫월렛 위험 여전”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요리사가 칼을 가지고 있으면 요리가 되지만, 범죄자가 지니면 흉기가 되죠. 이게 인공지능(AI)이 가진 양면성입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권 해킹에 활용된 것으로 지목된 ‘아르텍스 AI’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시스템의 취약점을 확인해 보안을 강화하는 도구도 사용 목적에 따라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르텍스는 중국 바이두 보안대응센터가 개최한 보안대회에서 우승한 AI 기반 자율 침투 테스트 도구다. 화이트해킹 용도로 개발된 기술이 금융권을 겨냥한 공격에 악용된 셈이다.
특히 황 교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개인정보뿐 아니라 고객 자산을 함께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디지털자산은 탈취되면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옮겨질 수 있다”며 “AI가 새로운 취약점을 만든다기보다 기존의 가장 약한 지점을 더 쉽게 찾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에 주문 맡기는 거래소…“출금 차단만으론 부족”=황 교수가 거래소의 우선 점검 대상으로 꼽은 것은 AI 서비스와 API 권한이다. API는 외부 프로그램이 거래소의 시세와 잔고를 조회하거나 주문 등을 수행하는 연결 통로다. AI를 활용한 거래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API가 허용하는 권한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시장 분석부터 주문 보조, 자동매매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6일 시장 정보를 설명하고 이용자의 자연어 요청에 따라 주문 카드를 만드는 챗봇을 앱에 탑재했다. 또한 업비트는 AI 에이전트가 API를 활용해 시세 조회와 주문 등을 수행하도록 돕는 ‘업비트 스킬’을 제공중이며 코인원은 정해진 가격 범위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AI 그리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황 교수는 “거래소는 전통 금융사보다 겸영·부수업무나 외부 제휴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적어 공격 표면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AI 관련 서비스가 확대되면 접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객서비스와 업무지원 시스템, 계정복구·본인확인, 개발·테스트 환경, 외부 API와 협력사 계정처럼 핵심인 매매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는 영역을 점검해야 한다”며 “주변 시스템이 침해되더라도 API 권한을 탈취해 핵심 지갑 시스템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단계별 차단장치를 둬야 한다”고 했다.
AI에 거래를 맡길 때도 행동 권한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회와 분석, 주문, 출금을 구분해 필요한 기능만 허용하고 출금주소 변경이나 API 권환 확대는 반드시 이용자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금 권한을 차단했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황 교수는 “AI가 반복적으로 매수와 매도를 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주문하면 출금 없이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문금액과 횟수, 누적손실 한도를 정하고 이상거래를 자동으로 중단하는 이른바 ‘킬 스위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들은 일반 매매에 한해 유사 기능을 운영중이지만 AI 거래 서비스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만큼 킬스위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전언이다.
▶금융권 연쇄 해킹, 거래소로 번질 위험은=황 교수는 은행의 보안 사고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으로 연결된 거래소의 침해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문제가 된 고객 조회나 직원용 업무지원 시스템은 거래소와 입출금을 연동하는 시스템과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은행의 주변 시스템 침해가 곧바로 거래소 침해로 확산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며 “막연한 우려보다 실제 연결 구조를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계서비스의 인증정보가 탈취됐을 때 거래소의 어떤 정보와 기능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출된 고객정보를 악용한 2차 공격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AI가 고객 연락처 또는 금융거래 정보 등을 결합하면 실제 은행이나 거래소 직원이 보낸 듯한 맞춤형 피싱 메시지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상거래 발생이나 출금 제한 해제, 본인확인을 명목으로 앱 설치와 인증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수법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외부 AI 업체와 협업할 때도 정보 제공 범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교수는 “협력사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어디에 저장하는지, 다른 업체에 제공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API 키나 고객 식별정보가 AI 입력과 로그에 그대로 남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지난 2014년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예로 들었다. 당시 보안 시스템 개발을 맡은 KCB 직원을 통해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과정에서 고객 정보 원본을 제공한 카드사에서는 피해가 발생한 반면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게 가공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화를 면했다는 설명이다.
▶사후약방문 막으려면…“발견보다 보완 속도 중요”=현재 거래소들은 모의해킹과 보안 취약점 신고 포상제인 버그바운티로 보안을 점검하고 있다. 업비트는 위험도에 따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빗썸도 올해 하반기부터 최대 포상금을 같은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거래소의 보안은 투자자의 자산 보호와 직결된다. 해외와 달리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은 거래소 수탁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94.8%가 자산을 개인지갑이 아닌 국내 거래소에 보관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황 교수는 “거래소가 고객 자산 대부분을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된 콜드월렛으로 옮기더라도 상시 출금을 위해 핫월렛에 남겨두는 자산이 있다”며 “이 부분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만큼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보안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취약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황 교수는 “취약점은 발견 건수보다 발견 이후 얼마나 빨리 제거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심각도와 악용 가능성에 따라 수정 기한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즉시 시스템을 교체하기 어렵다면 그냥 기다려서는 안된다”며 “관련 기능을 일시 차단하거나 다중인증(MFA)을 강화하고 접속 가능한 IP 주소와 이용 권한을 제한하는 한편, 평소와 다른 접속이나 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등 보완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