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 지정

매물 거두고, 매수 문의 ‘꿈틀’, 거래는 잠잠

빌라는 환영, 단독·다가구주택은 회의적

주민 이해관계 조율 관건 “정부·지자체 의지달려”

국토교통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로 지정된 효창공원앞역 북측 일대. 윤승현 기자
국토교통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로 지정된 효창공원앞역 북측 일대. 윤승현 기자

“평균 6억~6억500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투룸 빌라가 갑자기 10억, 12억을 부르니 누가 사겠어요. 후보지로 선정되니 가격이 더 오를 거라 생각해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도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승현·김희량 기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앞 북측 일대는 개발 기대감에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지난 6일 기자가 만난 이 곳 주민들은 일부 빌라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높이고 매수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값이 오르면서 아직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노후 도심 역세권이나 저층 주거지를 공공 주도로 고밀 개발하는 사업이다.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고 사업 절차를 단축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효창공원앞역 북측은 역세권을 고밀 개발하는 ‘주거상업고밀지구’ 유형에 속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효창공원앞역 북측 9만3262㎡를 포함해 서울 11곳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로 지정했다. 전체 예상 공급 규모는 총 1만8000가구로 효창공원앞역 북측에는 이중 약 4040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는 양천구 염창역 남측(4222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후보지 발표 직후부터 효창동 주택 시장은 움직임이 달라졌다. 효창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발표 전에는 매수 문의가 아예 없었는데, 지난 일주일은 이틀에 한 통꼴로 관련 문의가 들어왔다”며 “일부 빌라 집주인은 내놨던 물건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사겠다’는 문의가 늘자 몸값도 함께 올라갔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지지분 5평 이하는 3.3㎡(평)당 1억~1억3000만원, 5~10평은 1억원정도가 기존 거래 가격이었는데, 후보지 발표 이후 평균 호가는 대략 10%씩 높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높아진 호가를 받아줄 매수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A 대표는 “매수자들도 기존 가격에서 조금 올린 7억~7억5000만원 정도면 살 의향이 있을 텐데, 집주인이 생각하는 가격과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라며 “매물도 없고 거래도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을 두고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후보지 선정이 사업 확정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후보지별 주민설명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예정지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정지구 지정일로부터 1년 내에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동의를 확보할 때 본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효창동에서는 소유한 부동산의 형태와 규모에 따라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개발 이익 기대감이 큰 빌라 소유주들은 대체로 반기는 반면, 월세 수익이 끊기는 다가구주택, 대지지분이 큰 주택 등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작은 빌라를 가진 사람들은 환영하고, 큰 평수 주택 소유주들은 ‘내 땅을 왜 마음대로 하느냐’며 반발한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이야기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매달 1000만원씩 월세를 받는 집주인들이 개발을 무조건 환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효창공원앞역. 윤승현 기자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효창공원앞역. 윤승현 기자

이미 많은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점도 향후 과제로 꼽혔다. 효창공원앞역 일대는 지난 7월 본지구 지정을 마친 ‘효창공원앞역 인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비롯해 원효로1가 재개발 등 여러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많은 사람이 언제 다 이주하고 4년 만에 착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주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정리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분담금, 임대아파트 비율 등 앞으로 주민 의견을 모으고 사업 조건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후보지 선정만으로 사업이 이미 확정된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전화가 오면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게 아니니 동요하지 말고 일단 지켜보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협의가 원만한 사업 진행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에 대단지 후보지가 지정된 건 기본적으로 서울시의 의지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보다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유주와 입주권 산정 기준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난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성과는 좋을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효창공원앞역 북측과 함께 선정된 후보지는 양천구 염창역 남측(4222가구), 강서구 화곡역 동측(2335가구), 서초구 이수역 동측(918가구) 등이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수도권을 대상으로 추가 후보지 공모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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