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 급락에도 장기채 매도세 지속

 10년물도 5.25%… 2007년 ‘고점’ 근접

역사적 저평가, 큰손 매수자 아직 안붙어

미국 국채 시장의 가파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5.6%를 돌파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란 전쟁 이후 금리 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장기채 매도세는 멈추지 않았다. 20여년 만의 높은 수익률에도 장기채를 사들이려는 대규모 자금이 좀처럼 유입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 경쟁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5.59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621%까지 올라 200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5.256%로 마감했다. 10년물은 2007년 기록한 장중 고점인 5.303%에 한층 근접했다. 월가에서는 5.3%를 주요 저항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장기채 시장에서 높은 금리에도 대규모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이클 클로허티 CIBC 캐피털마켓츠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장기 금리는 역사적 기준에서 볼 때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이 가격대에서 큰 규모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 달 넘게 기다렸지만 그런 매수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전략가들은 이를 ‘매수자 파업(buyers’ strike)’이라고 표현했다. 수익률이 20여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금리 상승과 채권 가격 하락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것은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도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통상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낮춰 장기금리에도 하락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날 3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올랐다.

이를 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과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미 국채금리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320억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에 착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역대 다섯 번째로 큰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와 전력·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가면서 국채와 회사채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장기채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르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고물가에 견조한 소비와 고용까지 이어질 경우 연준이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지연·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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