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애들은 보고 배운다’는 말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익힌다.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계는 다른 개체를 보고 배워 행동을 익히고 이를 이어가는 일을 사람만의 능력으로 여겼지만, 이후 연구에서 척추동물 전반은 물론 곤충에게서도 이런 능력이 확인됐다.
그런데 야생 오랑우탄 새끼들은 다른 오랑우탄을 지켜보는 일이 온전히 혼자 시작한 시도보다 5배 잦았고, 보고 배우기와 혼자 익히기를 모두 많이 한 새끼일수록 어미 곁을 떠날 무렵 먹을 줄 아는 음식의 가짓수가 가장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제393권 제6818호에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T. 레바테와 카롤리네 슈플리 연구팀은 야생 수마트라오랑우탄 새끼들이 8년간 어떻게 배우며 먹이를 익히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오랑우탄도 대부분 보고 배워서 학습
수마트라오랑우탄 새끼는 8년가량 어미 곁에 붙어 지내다 독립한다. 다 자란 오랑우탄은 숲속 수천 가지 후보 가운데 250가지가량을 먹는데, 상당수는 먹기 전에 손질해야 하고 일부는 도구까지 써야 한다. 따라서 새끼는 독립하기 전까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손질하는지, 언제 어디서 찾는지를 익혀야 한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연구 지역에서 12년간 새끼 21마리를 1700시간 넘게 따라다니며 관찰했다. 연구팀은 새끼 오랑우탄이 다른 오랑우탄을 가까이서 한참 지켜보는 행동을 보고 배우기로 봤다. 물건을 만지작거리거나 부숴보고 먹어보려 하는 탐색 행동은 혼자 익히기로 봤다.
새끼 오랑우탄은 1시간에 평균 1.25번 다른 오랑우탄을 지켜봤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탐색하는 행동은 3.71번 했다. 숫자로만 보면 탐색이 훨씬 많아 보이지만, 새끼 오랑우탄은 다른 오랑우탄을 지켜본 직후 탐색이 늘었고 이렇게 늘어난 탐색은 145분(약 2시간 25분)이 지나서야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구팀은 이 시간을 기준으로 지켜본 뒤 145분 안에 일어난 탐색은 지켜보기에 이어진 탐색으로, 이후에 일어난 탐색은 온전히 혼자 시작한 탐색으로 나눠서 평가했다.
그 결과 탐색 4649번 가운데 4235번(91%)이 지켜본 뒤 이어진 탐색이었고, 온전히 혼자 시작한 탐색은 414번에 그쳤다. 온전히 혼자 시작한 탐색은 1시간에 0.25번꼴로, 1시간에 1.25번인 지켜보기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새끼 오랑우탄이 겉으로는 혼자 이것저것 해보는 일이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다른 오랑우탄을 지켜본 뒤에 이어진 행동이었다.
많이 보고, 스스로 학습해야 먹을 줄 알아
연구팀은 새끼 오랑우탄 13마리가 독립하기 전까지 먹은 음식 303가지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새끼마다 보고 배우기와 혼자 익히기를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독립할 무렵 먹을 줄 아는 음식 가짓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정했다.
확인 결과 보고 배우기와 혼자 익히기를 모두 평균보다 많이 한 오랑우탄이 가장 다양한 음식을 먹을 줄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동물의 학습을 보고 배우기와 혼자 익히기로 딱 잘라 나누는 기존 방식으로는 야생 동물이 배우는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랑우탄의 탐색 대부분이 다른 오랑우탄을 지켜본 뒤에 일어나 두 방식이 서로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대형 유인원의 학습 방식이 사람이 보고 배우며 지식을 쌓는 복잡한 방식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어미마다 새끼를 대하는 행동이 다른 만큼 어미의 영향이 클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새끼마다 학습 방식이 다른 이유가 환경과 성장 과정, 유전 가운데 무엇 때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ence.adz6415
논문 정보 : T. Revathe, M.-T. Weidling, S.S. Utami-Atmoko, T. Mitra Setia, I. Razik, C.P. van Schaik, A. Whiten, P.-C. Bürkner, & C. Schuppli, How 8 years of social and individual learning interact to shape ecological competence in orangutans, Science 393 (2026) 1369–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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