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표·임원 일가 연루…대외활동 타격 불가피

사측 공지 “성실 협조·통제 점검”…주요 R&D 순항 강조

사노피 ABL301 개발 중단 공시 ‘축소·은폐’ 의혹 겹악재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조 단위 기술수출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K-바이오텍의 간판 역할을 해온 에이비엘바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이 기술이전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내외에서 K-바이오의 성공 모델로 대외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이상훈 대표이사의 가족과 등기임원 배우자까지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파트너사인 사노피(Sanofi)와의 파이프라인 개발 중단을 둘러싼 ‘축소·은폐’ 논란까지 겹치면서 K-바이오텍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및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지난 15일 에이비엘바이오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합동대응단은 임직원과 가족 등 10명 안팎이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공시 직전 주식을 사들인 뒤 공시 후 매도해 1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혐의 대상에 이상훈 대표의 가족과 등기임원들의 배우자 계좌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주요 제약바이오 포럼과 대외 행사에서 K-바이오텍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며 업계를 이끄는 ‘간판 CEO’로 활동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의 리더십 붕괴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구축해 온 K-바이오텍 생태계 전반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역시 악재를 즉각 반영했다. 압수수색 당일 장중 5만7700원선까지 밀려난 주가는 18일 장전 프리마켓(08시 42분 기준)에서도 5만7700원(-0.69%)을 기록하며 변동성을 이어갔다. 52주 최고가(25만7500원) 대비 크게 위축된 수치다.

시장의 불안이 확산하자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주주분들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회사는 공지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계기관의 절차와 관련하여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될 수 있도록 성실하고 투명하게 협조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라 회사가 임의로 판단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준법경영과 내부통제, 정보관리 체계를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영진 수사 리스크와 더불어 시장을 흔드는 또 다른 핵심 뇌관은 사노피와의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 계약을 둘러싼 축소·은폐 논란이다. 사노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2025년 연례보고서(Form 20-F)에서 ABL301을 ‘개발 중단(Discontinued)’으로 기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노피가 올해 초 실적 발표에서 ‘우선순위 하향(Deprioritized)’이라고 밝혔을 당시 회사가 “임상 중단이나 계약 해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정작 공식 사업보고서에는 개발 중단으로 명시돼 있어 시장에서는 사측이 사태를 축소·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졌다.

이에 대해 에이비엘바이오는 홈페이지에 3차례에 걸쳐 ‘주주분들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사노피로부터 수령한 공식 입장 이메일 전문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공개된 입장문에 따르면 사노피는 “R&D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ABL301 후보물질을 ‘중단(discontinued)’으로 분류한 것은 Form 20-F 제출의 재무적·법률적 범위 내에서 적절한 표현”이라며 “회사는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우선순위를 낮췄으며(deprioritized), 양사는 계속해서 다른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본시장법 위반 수사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국은 가족 명의 계좌의 차명 운용 여부와 1·2차 정보전달 경로를 집중 추적 중이다.

자본시장법은 미공개정보 직접 이용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해 이용하게 한 행위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핵심 경영진의 조직적 개입이나 공시 조절 정황이 드러날 경우 컴플라이언스를 중시하는 글로벌 빅파마 파트너십 유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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