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과 오랜 인연·선거 승리 기여로 두터운 신임…정책 조율·보고 과정 관여하며 영향력 확대
“공식 지휘체계 흔들지 않도록 절제해야…권한과 책임도 명확히 할 필요”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선거를 통해 취임한 서울 구청장들은 임기 시작과 함께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외부 인사를 정책보좌관이나 정책실장 등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직급만 놓고 보면 4~5급 상당의 임기제 공무원이지만, 실제 조직 안에서는 직급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구청장과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주요 정책을 조율하고 핵심 현안을 챙기기 때문이다.
정책보좌관과 정책실장의 힘은 인사권자인 구청장과의 ‘거리’에서 나온다. 구청장의 의중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주요 현안이 구청장에게 보고되기 전 내용을 검토하거나 부서 간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으면 자연스럽게 조직 내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 캠프 출신 인사는 구청장의 공약과 정치적 판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청장으로서도 오랜 기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인사를 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성동구는 유보화 구청장 취임 이후 김선수 전 용산구 부구청장을 5급 상당 정책기획관으로 임명했다.
김 기획관은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근무한 행정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유 구청장과 서울시 재직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선거 과정에서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3급 부구청장이 5급 상당 자리를 맡은 만큼, 형식적인 직급보다 구청장의 신뢰와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포구도 민선 7기 총무과장을 지내고 민선 8기 국장으로 승진했던 조만호 씨를 4급 상당 정책실장으로 영입했다.
조 실장은 한 때 동작구청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부침을 겪었으나 민선 9기 마포구청장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새 구청장 취임과 함께 정책실장에 임명돼 구정의 주요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들 정책보좌 인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구청장-부구청장-국장-과장으로 이어지는 공식 지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조율과 정무적 보좌라는 본래 역할을 넘어 인사나 예산, 개별 사업에까지 폭넓게 관여할 경우 일반 공무원들이 정책실장이나 보좌관의 말을 사실상 ‘구청장의 지시’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구청장의 철학과 공약을 공직사회에 신속히 전달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조정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 행정 경험을 갖춘 인사를 영입할 경우 정무적 판단과 행정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문제는 정책보좌관이나 정책실장 제도 자체보다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하고, 그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지우느냐에 달려 있다.
한 자치구 간부 A씨는 “조직은 구청장과 부구청장, 국·과장으로 이어지는 공식 체계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구청장과의 인연으로 공직을 마친 인사가 핵심 자리에 앉을 경우 조직 내부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처신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보좌 인사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공무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결국 임명권자인 구청장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청장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힘이 생긴 자리일수록 절제된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 정책보좌관과 정책실장이 공직사회의 지휘체계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권력’이 아니라 구청장과 조직을 잇는 조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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