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123rf]
환자.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123rf]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동안 병실에서 들었던 음악이 ‘고문’처럼 느껴졌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LA NACION)에 따르면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신의 젊은 여성 케냐 모레노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달간 혼수 상태에 빠졌던 경험을 공개했다.

케냐는 입원했을 당시 스페인 듀오 제멜리에르의 열렬한 팬이었다. 이에 그의 어머니는 딸을 위해 제멜리에르의 앨범 ‘Lo mejor está por venir’를 구입해 병실에서 틀어줬다.

문제는 같은 음악이 한 달 동안 반복해서 재생됐다는 점이다. 케냐는 당시를 떠올리며 “제발,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에게는 음악을 틀지 말라. 아니면 적어도 내가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면 음악을 틀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소리를 듣는다”며 “그 노래를 계속 들었다. 정말 고문이었다. 똑같은 노래가 계속해서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냐는 음악뿐 아니라 병실의 추위도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한 달 내내 극심한 추위를 느꼈으며, 깨어난 뒤 병실 에어컨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 낯선 곳에 있었고, 날씨는 꽁꽁 얼어붙을 듯 추웠는데 노래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비지스’ 로빈 깁, 노래 듣고 깨어나…“음악은 언어와 다르게 뇌에서 처리”

이 같은 사연은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가 주변의 소리나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4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겉으로는 지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서도 인지적 활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이 언어적 지시에 행동으로 반응하지 않았던 241명을 분석한 결과, 60명(25%)은 fMRI나 EEG 검사에서 연구진이 제시한 지시에 따라 정신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인지-운동 분리(cognitive motor dissociation)’ 현상으로 설명했다.

과거 NBC 뉴스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팝그룹 ‘비지스’의 로빈 깁이 가족들이 음악을 틀어주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그가 다시 깨어나기를 바라며 병상 곁에서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주고 음악을 들려줬고, 로빈 깁은 아들과 함께 작곡한 ‘더 타이타닉 레퀴엠’을 들으며 기적적으로 깨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음악은 음성 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뇌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일부 환자에게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트머스 의과대학 신경학 및 내과 교수인 제임스 버나트 박사는 “좌뇌 손상 환자는 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며 “하지만 음악 치료는 비우세적인 뇌반구에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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