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근로자 동원한 대표적 3건 13.7억
급여 돌려받고 퇴직 사유까지 허위 신고
정부, 14개 유형 정보 연계해 상시 감시
정상 고용처럼 꾸민 조직형 범죄 탐지 과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실제로 일하지 않는 ‘유령 직원’을 사업장에 등록해 실업급여와 각종 고용장려금을 빼내는 고용보험 부정수급이 조직화하고 있다. 가족과 지인의 명의를 빌리는 수준을 넘어 전문 브로커가 허위 근로자를 모집하고 여러 사업장을 이용해 고용보험 가입 이력을 만드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최근 공개된 대표적 3개 사건의 부정수급액만 13억6800만원에 달한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브로커를 통해 허위 근로자 57명을 모집해 실업급여 등을 부정수급하도록 한 사업주 A씨를 지난 16일 고용보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대구에서 5개 사업장을 운영한 A씨는 2019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브로커 4명에게 허위 근로자 모집을 맡기고 사업장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모집된 사람들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과 일용근로 내역을 허위로 신고해 실제로 근무한 것처럼 꾸몄다.
확인된 부정수급액은 총 5억8000여만원이다. 실업급여가 5억4000여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고용유지지원금과 청년채용특별장려금도 각각 2000여만원씩 포함됐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텔레그램과 시그널 등 메신저를 이용해 공범들과 진술을 조율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고 부정수급액을 반환할 의사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령 직원을 활용한 고용보험 부정수급은 전국에서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3월 가족과 지인 등 10명을 실제 채용한 것처럼 허위 신고해 고용보험기금 7억6000만원을 부정수급한 사업장 2곳을 적발했다.
사실상 동업 관계였던 두 사업장 대표는 자신의 배우자를 상대방 사업장 직원으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고용관계를 꾸몄다. 직원 명의 계좌로 급여를 보낸 뒤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고용유지지원금 등 4억3000만원을 챙겼다. 대표 배우자들은 육아휴직급여 명목으로 1억원 이상을 부정수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인의 가족 등 3명을 요식업체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실업급여 2800만원을 타낸 사업주가 적발됐다. 실제로 일하지 않은 사람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킨 뒤 ‘경영상 인원 감축’으로 퇴직한 것처럼 이직 사유까지 허위 신고했다. 허위 근로자 가운데에는 사업장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건설현장의 일용근로 내역을 악용한 부정수급도 적발됐다. 대구노동청은 지난해 기획조사를 통해 실제로 일하지 않고도 건설현장의 인건비 처리를 위해 명의를 빌려준 부정수급자 125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부정수급자와 공모 사업주 등 80명을 검찰에 넘기고, 추가징수액을 포함해 14억6000여만원의 반환을 명령했다.
문제는 한 차례의 위장고용으로 여러 종류의 급여와 지원금을 연쇄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허위 근로자가 일정 기간 고용보험 가입 이력을 쌓으면 퇴직 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사업주는 이 과정에서 채용장려금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육아휴직 대상자가 포함되면 모성보호급여까지 부정수급할 수 있다.
정부도 단속 강화에 나섰다. 노동부는 지난 3월 ‘2026년 고용보험 부정수급 조사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7개 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지역별 부정수급 다발 업종과 유형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업급여·모성보호급여·고용장려금에 대한 전국 단위 특별점검도 연말까지 실시한다.
국세청·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14개 유형의 정보를 연계한 상시 감시체계도 가동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 중 사업자등록 여부와 출입국 기록, 4대 보험 가입 이력, 가족관계 사업장 취업 여부 등을 대조해 부정수급 의심 사례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적발되면 부정수급액을 반환해야 하고 최대 5배의 추가징수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부정수급을 제보한 사람에게는 실업급여·육아휴직급여의 경우 연간 500만원 한도에서 부정수급액의 20%,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은 연간 3000만원 한도에서 부정수급액의 30%가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다만 브로커가 여러 사업장을 활용해 근무·급여 기록을 만들고 정상적인 고용관계처럼 외형을 갖추면 행정정보 대조만으로 조기에 포착하기 쉽지 않다. 가족·지인 중심의 위장고용을 넘어 조직적으로 허위 가입 이력을 만드는 범죄에 맞춰 감시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부는 고용24 자동경보시스템 등을 활용해 의심 사례를 발굴하고 조직적·반복적·대규모 부정수급 사건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와 브로커 등이 결탁해 고용보험제도를 악용하는 조직적·지능적 부정수급은 끝까지 추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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