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활동 2년도 안 돼 그룹이 해체돼 돌연 ‘백수’가 된 전직 아이돌이 무작정 길을 걷는 영상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며 7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화제의 주인공은 그룹 아크(ARrC) 출신 박현빈(활동명 현민)이다.
박현빈은 지난 7월 유튜브 채널 ‘광진시티보이’를 개설하고 같은 달 7일 ‘22살, 아이돌 그만두고 서울에서 제천까지 155km 걷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그는 서울에서 충북 제천까지 155km. 꼬박 5박 6일, 매일 10시간 넘게 걸었다. 그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그 여정을 담은 영상은 예상치 못한 화제를 모으며 두 달 만에 조회수 70만회를 넘어섰다. 댓글도 3000개 가까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그대는 키즈모델말고는 못할 게 아무것도 없다”, “22살이면 아무것도 안 한 게 정상입니다”, “최선을 다한 시간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등 공감과 응원을 쏟아냈다. 가수 이정도 “그대 나이 때 같은 코스를 세븐데이즈 멤버들과 걸었던 기억에 놀라움과 반가움에 순간 가슴이 먹먹하다”는 응원 댓글을 남겼다.
박현빈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아크라는 그룹이 해체 공지글 하나로 없어지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아이돌이라는 꿈을 마무리하는 마침표 정도로 올린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팀 해체 소식을 접한 뒤에는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선택한 목적지가 충북 제천이었다. 평소 좋아했던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가 있는 곳이었다.
박현빈은 “처음에는 어디를 특정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그때 ‘내가 이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는 걸 선택할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돌아갈래’라는 말이 떠오르자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의외로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박현빈은 “의아해 하실 수도 있는데 철교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별 생각이 안 들었다. 내 자신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거창한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뭔가를 덜어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라 덜고 덜고 덜어지다 보니까 도착했을 때는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며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비워냈고, 그만큼 새로운 것들로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155km의 여정을 마친 지금은 “더 열심히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며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랄까. 단순히 걷기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고 돌아봤다.
중학생 시절부터 6년의 긴 연습생 생활 끝에 아이돌 가수가 됐지만 활동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던 박현빈. 그는 그렇게 아이돌로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근 10년간 이렇게까지 마음이 편하고 행복한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쿠팡 물류센터와 공사장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박현빈은 “힘닿는 데까지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며 “물류센터에서 택배 나르고 그냥 밥을 먹고 있다가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결국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만들어서라도 내 이름으로 내는 곡을 발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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