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화계좌 지급정지·피해환급 기준 마련 착수
가상자산 피해구제 기준 외화에도 준용 검토
“금·상품권 등으로도 피해 구제 확대해야”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르면 내달부터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외화계좌로 흘러 들어가더라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이 외화계좌의 지급정지부터 피해환급까지 적용할 은행권 공통 실무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전산 시스템 정비에도 착수했다.
일부 은행에서 외화계좌를 전산상 즉시 지급정지하기 어려운 데다 환율 변동과 환전 수수료 등에 대한 기준이 없어 피해금 환급까지 막히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당국이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이다. (▶본지 8월 18일 1면 ‘[단독] 상품권 조이자 ‘외화계좌’로…보이스피싱 자금세탁 신종수법’ 보도 참조)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시행되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맞춰 외화계좌의 지급정지와 피해환급을 위한 실무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실제 피해구제 과정에서 해당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전산 시스템에도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외화계좌로 흘러 들어가면 피해구제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실제 금감원은 일부 은행에서 외화계좌 지급정지가 제한되는 등 업무처리와 전산 운영에 보완이 필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급정지에 성공하더라도 환율 적용 등 별도의 피해환급 기준이 없어 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노려 외화계좌를 피해금 은닉·세탁 수단으로 악용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외화계좌에 대한 환급 기준도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외화계좌는 원화계좌와 달리 피해구제 과정에서 환율이라는 변수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피해금이 달러 등 외화로 환전되면 채권소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환산액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어느 시점의 환율을 적용할지, 환차익·환차손과 환전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지 등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은행이 자체 판단으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피해자에게 돌려주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에 당국은 가상자산 피해구제를 위해 마련하는 기준체계를 외화에도 준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피해구제 대상 자산을 기존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확대하는 만큼, 가상자산에 적용되는 기준을 외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가상자산과 외화 모두 피해액을 확정하려면 시세나 환율을 토대로 평가·환산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종자산’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현장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책 회의가 이어지고 금감원도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담당자들을 소집해 실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피해금이 외화계좌를 거치면 추적과 피해구제 절차가 단절되는 허점을 노려 범죄조직이 외화계좌를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하는 추세”라며 “외화계좌 특유의 쟁점을 정리한 실무체계가 만들어지면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도 정비를 외화계좌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금을 빼돌리는 수단이 외화뿐 아니라 금, 상품권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어서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범죄조직들은 한 가지 수단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경로로 자금을 분산한다”면서 “원화로 환산할 수 있는 자산이라면 피해구제 대상에 포함해 피해금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과다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서민금융진흥원(☎1397) 또는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연이율 60% 초과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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