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억달러 대미 구매계획 본계약
보잉 항공기 103대 도입 확정
예비엔진 21대·15년 정비계약
12월 합병 앞두고 기단 현대화 속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에서 항공기 103대를 들여오는 대규모 구매 계약을 최종 확정했다. 엔진 구매와 장기 정비 계약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가 448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에서 발표했던 대미 투자·구매 계획이 약 1년 만에 본계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보잉과 362억달러 규모의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16일 밝혔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인터내셔널과도 약 86억달러 규모의 예비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이 새로 확보하는 항공기는 장거리 여객기부터 단거리용 협동체, 화물기까지 다양하다. 기종별로는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777-8F 화물기 8대다.
777-9와 787-10은 장거리 국제선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이고, 737-10은 중·단거리 노선에 활용되는 협동체다. 777-8F는 보잉의 차세대 화물기로 대한항공이 향후 화물기 세대교체에 활용할 예정이다.
항공기 구매에 맞춰 엔진도 추가로 확보한다. 대한항공은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으로부터 예비 엔진 21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항공기 28대에 장착되는 엔진을 대상으로 15년간 정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계약도 맺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보잉과 계약 체결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스테파니 포프 보잉상용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가엘 메외스트 CFM 사장 겸 CEO 등이 참석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 등도 자리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워싱턴에서 맺은 약속이 최종 계약으로 결실을 맺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계약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한·미 양국의 굳건한 경제·기술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신뢰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어 “보잉이 대한항공의 날개라면 GE에어로스페이스는 우리 항공기 기단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대한항공은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 CFM과 함께 쌓아온 오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국의 교류와 경제 발전을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12월 통합 앞두고 기단 재편도 본격화
이번 대규모 발주는 대한항공의 통합 이후 기단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월 17일 통합 항공사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보유한 항공기와 노선이 하나의 운영 체계로 들어오는 만큼 장기적으로 기종을 단순화하고 노후 항공기를 신형기로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동시에 통합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최종 승인받았고, 오는 11월부터는 12월 17일 이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예약·항공권 정보를 대한항공 시스템으로 순차적으로 옮길 예정이다.
항공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이번 계약의 배경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보잉과 에어버스 등 주요 제작사의 생산 차질로 신규 항공기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은 길어졌다. 대한항공은 수년 뒤 필요한 기재를 미리 주문해 공급 지연에 따른 위험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신형 항공기는 기존 기재보다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777-9와 787-10 등 차세대 기종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장거리 노선의 운항 효율을 높이고 오래된 항공기를 단계적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책 금융기관도 이번 계약 과정에 참여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대규모 항공기 구매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검토·협력해왔다. 항공기는 한 대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데다 실제 인도도 여러 해에 걸쳐 이뤄져 장기적인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
대한항공과 보잉의 관계도 이번 계약으로 다시 확대됐다. 대한항공은 수십 년간 보잉 여객기와 화물기를 운항해왔으며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 엔진도 주력 기단에 사용해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워싱턴에서 체결한 MOU가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한·미 양국 정부와 금융기관, 파트너사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차세대 항공기 도입과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미 양국의 교류와 경제 협력 증진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