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바닥이 막 흔들렸어요. 정말 장난 아닙니다.“
19일 저녁 8시34분 경남 진주에 있는 한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휴대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문자가 날라 왔다. 식사를 하다가 깜짝 놀라 건물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국민안전처로부터 재난안전문자를 받지 못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감을 잡지 못해 더 불안하다고 했다. 인터넷을 찾아봤다. 지진 관련 특별한 새 소식은 없었다. 저녁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인터넷과 방송에서 속보가 뜨기 시작했다. 오후 8시 33분 경주시 남남서쪽 11km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해 영남권은 물론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12일 지진 이후 19일 밤 9시까지 발생한 총 378차례 여진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까지 여진의 강도가 약해지고 빈도가 줄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안정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여겨졌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문자를 보낸 그 지인은 그날 저녁 불안하다며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정부 발표를 계속 확인하고 있지만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SNS를 통해 돌아다니는 경험담, 목격담이 더 빠르고 더 믿을 만하다고 믿는 듯했다.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때 정부를 향해 쏟아지던 비판은 지난 12일 지진 발생 이후 보여준 정부의 대응에 그대로 써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 “늦장 대응에 혼란이 더 커졌다.”, “재난 대책을 위한 골든타임(적기)을 놓쳤다.”
지진이 발생하자 한 학교에서 있었던 “선생님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는 증언은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아 소름이 돋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신뢰하라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최근 잇따라 흥행에 성공한 우리 영화 <부산행>과 <터널>에는 익숙한 장면이 등장한다. 상황은 악화되고 정부는 사실상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 그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가 나선다. “정부만 믿고 그 자리에 있으면 됩니다.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말고 휘둘리지도 마세요.”<부산행>,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 구조하겠습니다.”<터널>.
현실과 정반대로 이야기하는 정부 관계자의 이 멘트는 네티즌이 꼽은 이들 영화의 명대사로 꼽힐 만큼 공감을 얻고 있다.
이번 지진은 여진이 아니라 전진일 수 있다고 한다.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다. 400차례 가까이 여진이 발생했는데 다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지진을 일으키는 땅 속 깊은 곳의 원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는 이제서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번 터지면 어마어마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원전은 물론 LNG기지, 화력발전소 등을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일시 가동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 기회는 위기에서 온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가장 중요한 시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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