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개 종목 50% ‘집중 투자’
집중투자형 2년새 20%→38%
개별악재땐 ETF 변동성 커져
인공지능(AI)이 주요 화두로 부각되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상품이 크게 늘고 있다. 편입 종목이 10개 안팎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상위 2개 종목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초집중형’ 구조의 상품이 잇달아 등장했다. 다만, 초집중형 설계는 하락이나 조정기 때 개별 종목 변동성에 따른 손실 역시 클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미국에이전틱AI TOP2+’, 한화자산운용의 ‘PLUS 코리아 HBM반도체’, ‘PLUS AI반도체 소부장 액티브’ 등 4개의 AI·반도체 테마 ETF가 동시 상장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 상품의 설계 방식이다. 4개 중 3개 상품이 상위 2종목에 무려 절반을 투자하는 구조다.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는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을 각각 25%씩, 미국에이전틱AI TOP2+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을 25%씩, PLUS 코리아 HBM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5%씩 편입한다.
나머지 50%를 8개 종목으로 채우고, 전체 포트폴리오가 10종목을 넘지 않도록 한 점도 동일하다. ETF는 상장 요건상 최소 10개 종목을 담아야 하는데, 이 최소 기준만 충족, 사실상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인 셈이다.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는 웨스턴 디지털과 씨게이트 등 주요 메모리 기업 8개 종목에 50%를 투자한다. 미국에이전틱AI TOP2+ 역시 에이전틱 AI 관련 기업을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AI 하드웨어·인프라’ 두 분야로 나누어 선정하는데 전체 포트폴리오는 10개로 압축된다.
PLUS 코리아 HBM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50%를 HBM, 메모리 생산 관련 국내 장비·소재·부품·기판 기업으로 구성하며, 마찬가지로 총 10종목 포트폴리오 구조다.
AI라는 큰 흐름 아래 메모리, 에이전틱AI, HBM, 소부장까지 영역을 잘게 나눈 뒤, 각 영역 안에서 다시 상위 종목에 집중하는 압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집중형 ETF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이 발간한 ‘ETF 전략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주식형 ETF 내 편입 종목 수가 1~20개인 ‘집중투자형’ ETF의 순자산총액 비중은 2024년 20%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38%까지 약 2배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초집중형 설계가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정 산업 내 유망 종목에 올라타면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상위 종목에서 개별 악재가 터지면 ETF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개별주식 매매는 단일 종목 악재나 변동성 탓에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수십개 종목에 밋밋하게 물을 탄 일반 ETF로는 주도주 랠리를 온전히 따라잡기 힘들다는 개인들의 수요와 운용사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다만 변동성 국면에서는 하락 폭이 지수형 펀드보다 가파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