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어연선 전 광명문화재단 대표 임명
아시테지 코리아 등 332개 주체 집단 반발
“15년 역사 외면…예술 전문성 지켜내야”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의 초대 수장으로 어연선 전(前) 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임명, 아동·청소년 공연예술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5년간 축적된 현장의 역사와 장르적 특수성을 외면한 ‘전문성 결여 인사’라는 비판이다.
14일 공연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코리아)를 비롯한 한국인형극협회, 한국극작가협회 등 8개 주요 공연예술 협회와 현장 예술인 332명(개인 200명·단체 132곳)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발표,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초대 단장 겸 예술감독 선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11일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초대 단장 겸 예술감독(임기 3년)에 어연선 전 대표를 임명, “공연 연출가이자 예술행정 전문가로서 현장성과 행정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예술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어 전 대표의 이력 어디에서도 아동·청소년 공연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자리는 영아와 유아,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장애 아동에 이르기까지 관객층의 발달 단계와 감각, 정서적 관람 환경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임에도 일반 행정 중심의 경력만으로 국립예술단체를 맡겼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예술감독은 단순한 조직 관리자에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한 국립예술단체의 미학과 방향을 결정하고 작품과 창작자를 선택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라며 “일반 행정 전문성이 아동·청소년 공연예술 고유의 미학적 전문성을 우선하거나 대신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공연계는 특히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이 걸어온 역사적 궤적을 언급,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극단의 모태인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2011년 출범 이후 약 15년간 아동·청소년극에 대한 연구와 창작, 관객 개발을 이어왔다. 이러한 성과와 현장의 숙원을 토대로 2025년 별도의 독립 국립예술단체로 분리·개편되었으나, 첫 발을 내딛는 상징적 자리에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낙점되면서 오랜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제 무대에서의 신뢰 실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 오는 2027년 7월 수원에서 전 세계 아동·청소년 공연예술인들이 결집하는 최고 권위의 행사인 ‘제22회 아시테지 세계총회 및 어린이청소년공연예술축제’ 개최를 앞두고 있다.
연극계는 “한국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의 성취를 세계에 증명해야 할 결정적 시점에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극단 예술감독 선임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다시 설명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인사 반발을 넘어 국가가 어린이·청소년을 ‘문화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가를 묻는 본질적 질문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아시테지 코리아를 비롯한 연대 참가자들은 문체부가 임명을 철회하고 현장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전문성과 예술적 비전을 갖춘 인사를 재선임할 때까지 범시민 서명 운동 등 다각적인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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