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상승에 전선업계 매출 확대 예상
다만 재고평가이익·영업이익 상승은 제한적
중소기업은 원가 반영·물량 확보 어려울 수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다. 이에 구리를 핵심 원재료로 사용하는 전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확대와 재고자산 평가이익 등 긍정적 효과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구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와 환율, 수급 상황 등에 따라 업체별 상황이 엇갈릴 전망이다.
구리 가격 사상 최고치에 매출 상승 효과 예상
지난 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공급 불안 등의 영향으로 톤당 1만480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에 따른 수요 증가,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산업금속 전반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선업계에는 구리 가격 상승이 기본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전선·케이블 제품 가격에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두는 계약이 많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조원가도 함께 높아지지만,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LS전선의 경우, 구리 가격 상승과 더불어 AI 데이터센터발 전력·케이블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 2024년 연결 매출 6조7653억원에서 지난해 7조5882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4조523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매출 규모 확대가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한전선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조282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9% 증가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한전선 실적에 대해 “주요 사업부 가운데 소재 및 기타 부문은 통신선, 전력선, 권선 등의 제작을 담당하며 매출의 상당 부분이 환율과 구리 가격 변동에 노출돼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구리와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재 및 기타 부문의 전사 실적 기여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영업이익 개선은 제한적…대형-중소 간 온도차도
물론 구리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리는 가격 변동이 극심해 대규모 원재료를 미리 사서 쌓아둘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재고평가이익 상승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계약 당시 구리 가격이 제품 발주 시점에 상승해, 에스컬레이션 조항에 따라 이를 판매가에 반영할 수는 있지만 영업이익 개선까지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 전선업체와 내수 중심 기업 간 온도차도 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고객사를 많이 확보한 업체의 경우 구리 등 원재료 가격 변동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비교적 일반화돼 있다.
반면 내수 중심 업체나 중견·중소 전선업체는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국내 주요 발주처인 공기업 등의 재무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계약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공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필요한 구리 물량 적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급격한 원화 가치 변동 시에는 구리 가격 상승 효과가 일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 등 변수가 너무 다양해, 전선업계 전반이 구리값 상승을 마냥 호재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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