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과정에서 벌금 지명수배자 확인

파출소서 구토 호소하자 수갑 풀어줬다 도주

단독으로 추격하다가 보고 46분 지연돼

징계위에서 견책 처분… 부당하다며 소송

법원 “은폐 목적으로 보고 지연, 징계 타당”

Gemin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Gemin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음주운전으로 붙잡힌 벌금 수배자의 수갑을 풀어줬다가 달아나게 하고, 추격 명분으로 보고까지 46분 누락한 경찰관을 견책 징계 처분한 것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경찰관은 “도주한 피의자를 추격하느라 보고가 늦어진 것”이라며 불복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관리 소홀로 피의자가 도주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보일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2부(부장 주경태)는 경찰관 A씨가 낸 견책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2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A씨가 부담하게 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음주운전으로 붙잡힌 피의자가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자 명단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피의자를 체포한 뒤 파출소로 데려왔다.

피의자는 돌연 구토를 호소했다. A씨는 양쪽 수갑을 모두 풀어준 뒤 피의자를 파출소 밖으로 데려나갔는데 피의자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났다. 도주 방지를 위해 수갑 사용, 출입문 단속 등 조치를 철저히 해야할 의무가 있었지만 A씨가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가 달아난 상황에 대해 A씨는 즉시 상황실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보고는 46분이 지나고서 이뤄졌다. A씨는 단독으로 추격했지만 결국 피의자를 놓쳤다.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6월 A씨를 ‘견책’으로 징계 처분 결정했다. 견책은 단순히 주의를 주는 것으로, 가장 가벼운 수위의 징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사 기록에 기재돼 승진·승급 등에 제한받을 수 있다.

이 견책 처분에 대해 A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지난 2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피의자 관리 소홀 행위를 직무 태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고를 늦게한 것은 도주한 피의자를 추격하느라 그런 것일 뿐”이라며 “고의로 지연 보고한 게 아니므로 직무태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일반 직업인 보다 높은 도덕성, 공정성, 준법의식이 요구된다”며 “업무 매뉴얼에 따라 성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자신의 업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피의자를 도주하게 하는 등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의 “피의자 추격을 위해 보고가 늦은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당시 추격 전 무전기 또는 구두로 상관에게 보고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단독으로 추격하는 과정에서 보고를 전혀 하지 않았고 파출소로 복귀한 뒤에도 아무런 보고 없이 다시 스스로 검거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정황을 볼 때 A씨는 자신의 관리 소홀로 피의자가 도주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고의로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부득이한 보고 지연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비위행위는 성실하게 일하는 다수 동료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 결속을 해치는 등 근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공직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낮출 위험성이 있어 비위 행위의 정도도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씨가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