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고령 여성 일자리의 현주소] ②
중장년 여성 요양보호사로 취업
경력 인정 어렵고 고강도 저임금 근무
치매 어르신 돌보다 폭행·낙상 위험도
방문 요양은 보호자 갑질·고용 불안
[편집자 주] 국내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삶은 더 곤궁하다. 여성 노인들은 오랜 시간 ‘가족 돌봄’에 헌신하길 요구받았고 집 밖에서의 경력을 내려놔야 했다. 이 경력 단절은 그들에게 직업인으로서 존재감을 옅게 만들었고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했다. 나이 든 그들은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헤럴드경제는 여성 노인의 젊은 시절 헌신이, 시간이 지나 가난과 불안으로 ‘청구’되는 구조를 조명했다.
[헤럴드경제=전새날·이영기 기자] 경력 단절인 고령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다시 진입할 때 몰리는 곳은 돌봄 노동이다. 그 중 비교적 문턱이 낮지만, 자격증을 갖고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큰 인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과 고용불안에 더해 신체적·감정적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2026년 4월 기준 연령대별 요양보호사 수 현황을 보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와 종사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60대 이상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는 176만2400명이다. 2023년(118만5307명)과 비교해 불과 3년 만에 57만7093명(48.7%)이 늘었다.
실제로 활동하는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약 38만명에서 48만명으로 늘었다. 서울의 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관계자는 “60대 이상은 보통 요양 쪽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정년이 지난 나이라 요양원이나 데이케어(주·야간 보호센터) 같은 쪽으로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새일센터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여성이 찾아오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기존 경력을 살려 다시 취업하기는 어려워진다. 40대 후반이나 50대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관련 분야에 신입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고, 60대 이상에서는 요양원이나 데이케어 등 돌봄 분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 단절 이후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가는 여성들에게 ‘돌봄’은 비교적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 가운데 하나다. 이 관계자는 “40대 중반 정도까지는 신입으로 일반 사무직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후에는 경력이 있어도 신입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며 “요양이나 청소 쪽은 조금 빨리 채용되는 편이다. 구인처와 조건이 맞으면 다음 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욱 민주노총 돌봄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50대 후반 여성이나 60대 초반 여성들이 많이 진입하고 있는 직업 중 하나”라며 “예전에는 학력이 낮은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분들도 많고 은행 등에서 퇴사한 분들도 경력 단절 이후 다른 데 취업하기가 어려워 요양보호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왔다고 해서 과거의 경력 단절로 발생한 소득·연금 격차를 만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처장은 요양보호사의 임금체계 자체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임금 체계 자체가 없다 보니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최저임금만 주겠다는 식이 되고, 최저임금이 곧 본인의 임금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연구원이 요양보호사 25만6366명을 대상으로 임금·근로시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요양시설과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 등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79시간, 월평균 임금은 203만~214만원이었다.
경력이 쌓여도 이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 현재 장기근속 장려금은 1·3·5·7년 등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되지만 옮기면 기존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전 처장은 “요양보호사로 일을 해왔다면 기관을 옮기더라도 그 경력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며 “이직했다고 경력이 0이 돼 장기근속 장려금을 못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일 자체도 쉽지 않다.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가 있는 어르신을 부축하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신체적 부담을 겪는다. 배회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어르신을 돌보다 멍이 들거나 다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방문요양에서는 신체적 부담과 함께 감정노동이 크다. 어르신뿐 아니라 보호자의 요구까지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 집 안 청소 등 돌봄 업무를 넘어선 일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계약 갱신을 걱정하며 부당한 대우를 참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 사무처장은 이를 두고 “요양보호사들이 숨죽이면서 일을 한다”고 표현했다.
고용도 안정적이지 않다. 방문요양은 담당 어르신 입원, 시설 입소, 사망 등을 이유로 일자리가 갑자기 끊길 수 있다. 어르신이나 보호자가 요양보호사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도 일을 이어가기 어렵다.
전 사무처장은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근속에 따른 임금체계를 마련하고 기관을 옮기더라도 기존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복지사는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라 호봉이 올라가는데 요양보호사는 그런 체계가 없다”며 “요양보호사로 일한 경력을 기관을 옮기더라도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 노동 자체가 전문성이 있는 영역”이라며 “요양보호사를 전문 인력으로 인정해 주는 것 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보호사처럼 경력이 쌓여도 경력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아 1년 차와 10년 차의 소득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처우 개선과 함께 근골격계 질환, 감정노동 등 노동환경의 위험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여성들은 사적 돌봄뿐 아니라 공적 돌봄도 담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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