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십시일반’ 대응…청산인·감사 해임
주요 정비사업 현장서 고액 성과급 갈등 지속
대법원 “과도하면 총회 결의 무효 가능”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서울 강남구 래미안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에서 전 조합장(청산인) 등 집행부에 최고 40억원에 달하는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던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조합원들의 반발로 기존 집행부가 해임된데 이어 법원도 총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새로 들어선 집행부도 성과급을 ‘0원’으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2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청산총회를 열고 ‘청산인 성과급 0원 의결의 건’을 가결했다. 서면결의 1100명과 현장 참석 177명 등 총 1277명이 의결에 참여했으며 이 중 1114명(87%)이 찬성했다. 반대는 18명, 무효·기권은 145명이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해 9월 29일 청산총회에서 통과됐던 기존 성과급 지급 결의를 폐기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해당 안건에는 1126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갈등은 지난해 첫 청산총회에서 불거졌다. 당시 조합은 재건축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발생한 이익금 약 1450억원을 조합원들에게 배분하는 한편, 일반분양됐다가 계약이 취소된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1채를 전 조합장 A씨 등 집행부의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당시 동일 면적 아파트가 36억원에 거래되자 수십억원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됐다. 당시 총회에서는 조합원 1182명 가운데 648명이 찬성표를 던져 지급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미 조합 임원들이 재건축 사업 과정과 청산 법인 운영 과정에서 급여를 받아온 상황에서 수십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별도 성과급으로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였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비용을 모아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에는 기존 조합 재산을 지키겠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청산인 해임을 위한 동의서 651명분을 확보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27일 해임총회가 열렸고 A씨를 비롯한 당시 청산인과 감사 전원이 해임됐다. 이후 법원은 올해 2월 기존 총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같은 달 B씨를 새로운 청산인으로 선임했다. 새 집행부는 외부감사를 실시하고 조합원 설명회 등을 진행한 뒤 이번 청산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수십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건이 통과된 지 약 1년 만에 기존 지급안은 폐기되고 새 청산인의 성과급은 0원으로 결정됐다.
아파트 주민 C씨는 “기존 집행부가 받기로 한 성과급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파트 한 채까지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데 반발이 컸다”며 “주민들이 각각 비용을 부담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관련 업무에도 자원봉사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새 청산인 B씨는 “조합원들이 조직력이나 자금력에서 열세이면 부당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데 고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정비사업지에서 고액 성과급을 둘러싼 분쟁이 지속되고있다. 법원도 성과급 액수와 사업 성과 등을 따져 사안마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과거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에서는 조합장 등 집행부 10명에게 약 130억원의 성과급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자 조합원들이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성과급 규모가 지나치고 형평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재건축 사업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하면 성과급 지급을 단순히 사적 자치단체의 의사결정에만 맡길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래미안 원베일리(옛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에서는 조합장에게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 10억원을 둘러싼 소송을 두고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업 추진을 통해 조합에 돌아간 추가 이익 등을 고려하면 10억원을 지나치게 많은 성과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조합 임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액수가 사업 성과에 비해 과도한지와 지급 근거 및 의결 절차가 적정했는지가 분쟁의 핵심이 된다고 설명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준공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단지인 만큼 청산총회 전까지 조합장이 받아온 급여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준공 후 시간이 오래 지나 조합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의결정족수를 채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 종료 단계에서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고민을 남긴 사례”라고 언급했다.
qu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