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강남3구 10년 초과 보유 매도인 연중 최대
서울 전체 장기보유 매도 주는데 강남만 급증
장특공제 축소 “더 늦기 전에 팔자” 매물 출회
[헤럴드경제=윤승현·김희량 기자]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10년을 초과해 장기 보유한 이들 중 매도에 나선 이들이 900명을 돌파하며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체에서 장기보유 매도인은 감소흐름을 보였지만,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선 오히려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다주택자양도소득세 중과재개를 앞두고 처분된 주택 등기가 반영됐던 6월부터 이들 지역에서의 장기보유자들의 매도세가 확대된 데 이어, 지난달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포함한 세제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자 ‘더 빨리 팔자’ 움직임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3구의 10년 초과 장기보유 매도인수는 6월 668명에서 7월 799명, 8월 918명으로 증가했다. 7월에는 전월보다 111명, 8월에는 다시 119명 늘어나며 두 달 연속 100명 이상의 증가 폭을 나타냈다. 6월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230명, 33.4% 증가한 규모다.
반면 8월 서울 전체 10년 초과 장기보유 매도인 수는 4619명으로 전달(4704명)보다 감소했다. 서울 전체 매도인이 1.8% 줄어드는 동안 강남3구에서는 14.9% 증가한 것이다. 전체적인 거래 위축에도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에서 장기보유자의 처분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강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울의 장기보유 매도인 가운데 강남3구가 차지한 비중도 19.9%에 달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3개 구에서 전체 장기보유 매도인의 약 5분의 1이 나온 셈이다. 강남3구의 10년 초과 장기보유 매도인이 90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959명) 이후 약 1년 만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전체 장기보유 매도인 수는 6월 4160명에서 7월 4158명, 8월 4023명으로 감소하는 동안 강남3구 역시 같은 기간 897명에서 758명으로 줄었다가 762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올해 8월 강남3구 장기보유 매도인은 156명, 2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증가율인 14.8%를 웃돈다.
올해 강남3구 장기보유 매도인이 6월부터 반등한 배경에는 우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전후한 거래와 등기 시차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재개했다. 다만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거래에는 종전 중과 배제 혜택을 적용하면서, 세 부담이 커지기 전 주택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4~5월 시장에 집중됐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매도인 통계는 매매계약 체결일이 아니라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토지거래허가와 잔금 지급, 소유권 이전 절차를 거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5월 중과 재개 전 체결된 계약 가운데 일부가 6월 이후 통계에 잡힐 수 있다.
여기에 7~8월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강남권 장기보유 집주인의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6·3 지방선거 직후부터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는 고가·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장특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잇따라 거론됐다. 그리고 실제 지난달 초 공개된 정부 세제개편안과 이달 1일 확정된 안에는 다주택·고가 주택에 대한 세제 강화가 담겨, 세 부담 우려가 큰 이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자치구별로보면 서초구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서초구 10년 초과 장기보유 매도인은 6월 158명에서 8월 259명으로 101명, 6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207명에서 289명으로 82명, 39.6% 늘었다. 송파구도 303명에서 370명으로 67명, 22.1%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수년간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 장기간 보유 시 양도차익이 많은 지역이다.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가 줄어들면 매도시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는 15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최대 30%(조정대상지역 제외), 10년 이상 보유·거주한 1주택자의 경우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해 줬다. 그러나 지난 세제개편안에는 공제 한도를 신설하고, 보유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무리 보유 기간이 길어도 고가 주택은 유예 기간 이후 세 부담이 급증하는 만큼, 장특공제 수정안이 강남권 장기보유자들의 매도 셈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제 부담을 의식한 매물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주택시장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강남·서초 아파트값은 4주 연속(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지난달 31일 기준) 하락했다.
현장 중개업소는 장특공제 정책 원복 없이는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비거주 1주택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12억원으로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로 적용하는 수정안이 나왔지만, 장특공제 전환·종부세율 인상 등 전반적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장특공제가 그대로인 이상 여전히 팔아야하기 때문에,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은 없다”며 “현재 평형별로 매물이 10개 이상 나와 있고, 10억원 가까이 빠진 30평대 매물도 한 달 이상 거래가 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매도인 가운데선 당장 급매로 처분하기보다 입법 과정을 지켜보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세제개편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나 시행 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향후 장기보유자 매도 추이는 장특공제 관련 입법 흐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장기보유자 매도에 영향을 준 핵심 정책은 장특공제”라며 “소득이 없는 고연령 집주인을 중심으로 주거 다운사이징 및 자산 리모델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직 여당에서 장특공제를 손볼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만약 현재 정부안이 그대로 간다면 수십 년 전부터 보유해 양도차익이 큰 매물이 내년까지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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