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급락 이후 반등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전고점’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고점 부근에서 반도체주를 매수한 투자자라면 단순히 주가가 반등하는 것을 넘어 과거 최고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증권가에서는 전고점 회복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반도체 이익이 예상대로 계속 증가한다면 주가 상승도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정의 끝에서 결국 반등한 엔비디아가 주요 사례로 거론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전고점 회복 가능성에 대한 사례 스터디’ 보고서에서 현재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 흐름이 2024~2025년 엔비디아가 겪었던 국면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핵심은 ‘성장률’과 ‘이익’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앞으로 이익 성장률 자체는 둔화하지만, 높은 이익률은 유지되고, 매출 증가에 따라 절대적인 이익 규모도 완만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 업종은 향후 7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지난해 이익이 100에서 200으로 늘었다면 성장률은 100%다. 이듬해 이익이 200에서 240으로 늘어나면 성장률은 20%로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기업이 버는 돈은 오히려 200에서 240으로 더 많아졌다. 성장률이 떨어졌다고 곧바로 ‘실적이 꺾였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엔비디아 역시 2023년부터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뒤 2024년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 영업이익률도 60%대에서 더 이상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매출이 증가하면서 절대 이익은 계속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주가 흐름은 순탄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이익 증가율이 본격적으로 둔화하기 직전부터 시작해 세 차례의 큰 조정을 겪었다. 2024년 봄 20%, 그해 여름 30% 안팎, 딥시크 충격과 관세 여파가 겹친 2025년 초에는 40% 가까이 밀렸다. 그럼에도 항상 반등에 성공해 전고점을 넘어섰고, 다시 높은 가격대에서 움직였다.
이 대목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을 바라보는 데 참고가 된다.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실제 이익이 감소하기 전부터 주식을 판다.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받은 이후에도 기업의 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낮아진 주가에 실적이 더해지면서 다시 상승 여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성장률 둔화→주가 하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성장률 둔화 우려→밸류에이션 조정→이익 증가 확인→주가 재평가’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택 KB증권 이사는 “엔비디아 주가는 ‘성장 둔화+높은 이익률 유지+이익 증가’라는 비슷한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참고하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며 “성장률이 둔화하더라도 높은 이익률과 절대 이익 증가가 지속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랠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체의 환경도 일단 반도체에 우호적이다. 이번 조정에서 코스피는 고점 대비 38.6% 떨어졌다. 그 사이 밸류에이션은 크게 낮아졌다. 주가를 앞으로 1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으로 나눈 값(PER)은 6월 8배 수준에서 5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를 지금 사면 5년 남짓 이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계산이 나온다는 의미다. 이익 전망은 크게 깎이지 않았는데 주가만 먼저 빠진 결과다.
다만 엔비디아의 과거 주가 경로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대로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메모리 부분의 절대 이익 증가세가 엔비디아보다 낮을 전망이고,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은택 이사는 “메모리 반도체는 엔비디아보다 불리한 점도 있다”며 “엔비디아는 이익률이 정체돼도 이익이 분기마다 20% 이상 증가하고 있는 반면, 메모리는 향후 10% 내외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도 몇몇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이 남았다”며 “수급 측면에서도 메모리가 상대적으로 오버슈팅 부담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수가 올라가는 길목에 쌓인 개인 매물이 넘어야 할 벽 중 하나로 꼽힌다. 6월 하순 이후 개인이 사들인 물량은 코스피 7500~8500 구간에 몰려 있다. 8250~8500 구간 한 곳에서만 18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고점에서 물린 물량이 그대로 남아 있어 지수가 올라갈수록 ‘본전에 팔자’는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7000을 넘어 올라서면 저항이 거셀 수 있고 수급 간 힘겨루기가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다”며 “하반기 경로는 7000에서 1차 횡보 이후 8400을 넘기 위한 시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고점까지 도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사이클의 지속성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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