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데이터 표준 부재·AI 인재 육성 공백 지적
서울형 BIM·스마트빌딩 인증제 도입 제안
가칭 ‘서울 AI 펠로우십’으로 대학원·공공사업 연계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시의 디지털트윈이 ‘화면 속 3차원 지도’를 넘어 실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기반으로 작동하려면 기술사업 확대에 앞서 건축물 데이터 표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분야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원과 공공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석·박사급 인재 육성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소속 오중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2)은 최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서울AI재단(이사장 김만기) 업무보고에서 재단의 디지털트윈·Virtual Seoul·Urban AI 사업을 점검하며 ‘표준’과 ‘인재’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오 의원은 서울AI재단이 다양한 디지털 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건축물 정보를 일관된 방식으로 생산·축적·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표준은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개별 사업과 기술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서울 전역의 건축·도시 데이터를 연결하거나 행정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서울형 건설정보모델링(BIM) 표준’이다. BIM은 건축물의 설계·시공·유지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3차원 디지털 모델에 통합하는 기술이다. 서울형 BIM 체계가 구축되면 건축물의 생애주기별 정보를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하고 도시 단위의 디지털트윈과 연계할 수 있다.
오 의원은 설계부터 유지관리까지 이어지는 데이터가 표준화돼야 디지털트윈을 재난·안전 대응, 시설물 관리, 에너지 절감과 같은 실제 도시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의 형식과 품질이 제각각인 상태에서는 정교한 도시 분석과 예측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축물이 에너지·설비·안전 정보를 스스로 생산하고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스마트빌딩 인증제도’ 도입도 함께 제안했다. 인증을 통해 건축물의 데이터 생산·관리 기준을 제도화하고 축적된 정보를 도시 운영에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오 의원은 디지털트윈이 서울의 외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건축물에서 생성되는 실시간 데이터를 도시정책과 연결해야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도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AI재단 업무보고에는 BIM 표준과 스마트빌딩 인증제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AI재단은 서울형 BIM 표준 도입을 별도로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스마트빌딩 인증제도의 설계·실증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택·건축 분야의 연구와 사업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 의원은 서울AI재단이 자체 경험 부족을 이유로 논의를 멈출 것이 아니라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주택실 등 관련 부서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술·데이터 역량을 보유한 재단과 건축·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역할을 나눠 제도 설계와 실증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논의는 기술 기반에서 인재 기반으로 이어졌다. 오 의원은 디지털트윈·메타버스·AI 사업이 단년도 과제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석·박사급 연구자를 안정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인재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AI재단의 대학 협력이 MIT 등 해외 대학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서울 소재 대학과의 체계적인 연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오 의원의 진단이다. 서울에는 AI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일반·특수대학원이 10곳가량 있지만 석사에서 박사로 이어지는 기초과학자 육성 경로와 연구 지원 체계에는 공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열악한 연구 환경도 문제로 제시됐다. 일부 대학원생이 연구비 부족으로 개인 비용을 들여 실습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경제적 여건이 연구 참여와 경험 축적의 기회를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국내 대학과의 협력 사례로 동국대학교를 들었다. 지난해부터 학생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 서울교통공사 관련 사업에도 동국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이 같은 개별 협력 사례를 서울시 차원의 인재 육성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가칭 ‘서울 AI 펠로우십’을 제안했다. 서울의 거점대학과 서울시·산하기관을 연결해 석·박사 과정 연구자에게 연구비와 도시 현장 데이터를 제공하고 실제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대학원생은 도시 문제를 대상으로 연구·실증 경험을 쌓고 서울시는 젊은 연구자의 전문성을 정책과 사업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회성 교육이나 행사보다 연구자가 성장할 수 있는 지속적인 경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 의원은 서울AI재단에 서울형 BIM 표준과 스마트빌딩 인증제 도입 검토 결과를 디지털도시국·주택실과 함께 소관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서울 AI 펠로우십 사업계획안을 마련하고 서울 소재 AI 관련 대학원 10곳의 석·박사 육성 공백, 연구 여건을 조사해 연구비 확보 방안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오 의원은 행사는 한 주가 지나면 잊힐 수 있지만 데이터 표준과 사람은 10년을 가는 자산이라며 서울AI재단이 단기 성과를 넘어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뒷받침할 장기적인 기반 구축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했다.
7toy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