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 전자전기 핵심기술 맞닿아…LIG “무관” 반박
방사청 입찰제한 2년 검토…한화 묶이면 무기도입 멈춰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방위사업청 5급 공무원과 LIG D&A 임원이 뇌물 혐의로 나란히 구속기소되면서, 1조7000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 연구개발사업’까지 도마에 올랐다.
LIG D&A는 “전자전기와는 무관하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방사청은 규정상 가능한 ‘입찰참가제한 2년’ 카드와 화재 사고로 수사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함께 묶일 경우 무기 도입 자체가 멈춰설 수 있다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 20일 방위사업청 5급 공무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LIG D&A 임원 B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같은 회사 임원 D씨(48)와 하청업체 대표 등 4명도 불구속기소됐다. A씨는 2021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업비 총 915억원 규모 6개 방위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20개 평가항목 중 16개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경쟁업체에는 20개 항목 모두 최저점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를 조작해준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3억2000만원과 22억원 상당의 하청업체 추천권을 받았고, 이 돈은 협력업체와의 허위 용역계약, 친인척 회사, 차명계좌를 거쳐 전달됐다. 여기에 하청업체 선정 소개비 1억4000만원 등을 더해 총 수수액은 4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번 사건이 단순 개인 비리를 넘어 확산되는 이유는 조작된 6개 사업 가운데 3건이 LIG D&A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총사업비 1조7000억원 규모 ‘전자전기(Block-Ⅰ) 체계개발’ 사업의 핵심·관련 선행기술 과제였다는 점이다.
검찰은 LIG D&A가 부정하게 확보한 이 선행기술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판단했다. 전자전기 사업은 전시 적의 방공망·통신체계를 무력화하는 현대전 필수 장비로, 2034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범행에 활용된 평가 허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최고점·최저점을 제외해도 차순위 점수가 반영되는 구조여서 평가위원 1명의 재량만으로 20점 차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사청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LIG D&A 관련 14개 사업을 자체 점검한 결과, 문제의 공무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4개 사업 중 3개를 LIG D&A가 실제 수주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방사청은 뇌물 공여자의 법적 지위에 따라 방위사업법과 국가계약법 중 하나를 적용해 제재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업체 임원의 청렴서약 위반으로 판단되면 방위사업법상 6개월~5년의 입찰참가제한이 불가피하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없다. 방사청은 현재까지 확인된 금품 규모 등을 고려해 약 2년의 입찰참가제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LIG D&A의 최대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6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사망 5명)로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어, 기소가 확정되면 국가계약법상 최대 2년까지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유도무기 등 다수 사업에서 두 회사가 양강 구도로 경쟁하는 만큼, 둘 다 입찰참가제한을 받으면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려워 정부의 무기 도입 사업 자체가 멈춰서거나 해외 구매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방사청 내부에서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둘 다 입찰 참가 제한 상태가 되면 누구와도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둘 다 과징금으로 갈지, 하나만 과징금으로 할지, 아니면 일정 기간 국외구매를 하거나 사업을 미룰지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이용철 방사청장도 “2015년 실무급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 이후 11년 만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정부 사업이 미뤄지거나 국외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종합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올해부터 평가위원 후보군을 희망자 중심이 아닌 5배수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바꿨지만, 이번 사건으로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평가위원 교차검증·이해충돌 방지 장치 미비를 지적하고 제안서 평가제도 전면 개편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미 국정감사에서 관련 개선사항을 확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IG D&A는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전자전기 사업평가에 협의를 받는 공무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회사는 “혐의를 받는 공무원이 참여한 일부 과제가 전자전기 사업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전자전기 사업은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쳐 큰 점수 차로 선정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과제는 전자전기 사업의 핵심기술요소(CTE)와는 연관성이 없다”며 “해당 공무원은 전자전기 사업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3가지 과제로 주관업체가 선정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도전과 헌신을 폄훼하지 말아달라”며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엄정 제재’와 ‘전력화 지연 방지’ 사이에서 방사청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을 해야 하는 국면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국정감사와 계약심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LIG D&A·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동시 제재 셈법과 K-방산 조달체계 개편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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