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세곡·수서·올림픽선수촌 인근 검토

묵은 공공부지·준공업지역 고밀개발 추진

정부, 조만간 부동산 관련 대책 발표 전망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서울 주택 공급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도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부터 과거 공급계획이 무산됐던 도심 공공부지, 준공업지역까지 가용 토지를 총동원하는 주택 공급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에서는 약 50만호의 정비사업이, 수도권에서는 약 40만호의 공급·주택 사업이 법안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비사업 절차를 최대 3년 단축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공공주택 사업 절차를 2년 이상 앞당기는 공공주택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비사업뿐 아니라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와 청년 공공주택 공급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대규모 아파트 정비사업과 별개로 단기간 시장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비사업은 정비사업대로, 공공재개발은 공공재개발대로, 연립·다세대 비아파트대로, 리모델링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점검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서울에서 새로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가 사실상 고갈된 만큼 그동안 환경 보전과 주민 반발 등에 막혀 개발하지 못했던 땅까지 다시 공급 후보군에 올리는 모습이다.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동 수서차량기지 일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인근 그린벨트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송파구에서는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동쪽과 남쪽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 일대가 거론된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자체도 현재 5540가구에서 최고 45층, 9218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주변 그린벨트 공급까지 현실화할 경우 송파 동남권의 주택 공급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는 과거보다 강한 방식으로 그린벨트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린벨트 개발에 속도를 낼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지침을 개정해 공공주택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5년간 적용되는 특례로, 기존 총량을 소진하지 않고도 국가 주도의 추가 택지 확보가 가능해졌다.

당장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도심 공공기관 부지들도 다시 테이블에 올라왔다.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 역시 최근 해당 사옥 부지를 청년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6년 만에 개발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부지도 유력하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인근에 자리 잡은 강남권 핵심 공공부지다. 2020년 8·4 대책에서는 약 1000가구 공급지로 제시됐고 당시 조달청을 수서역세권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마련됐지만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영등포구 여의도 LH 부지도 다시 거론된다. 8·4 대책 당시 약 300가구를 짓는 방안이 추진됐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단기간 내 공급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결국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3기 신도시도 사업을 시작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 분양조차 하지 못한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재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단기적인 공급 대책”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도 서울의 부족한 가용 토지를 고려하면 결국 재개발·재건축 등 기존 주거지를 고밀화하는 정비사업이 핵심적인 공급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재선 의원은 “서울의 핵심 문제는 집이 아니라 집 지을 땅이 없다는 것”이라며 “비아파트는 수요가 적을뿐더러 집값에도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국토위 소속 이용선 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용적률·동의율 완화와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이주비 금융지원, 공사비 부담 완화 등이 제안됐다.

이 의원은 “서울은 가용 토지가 부족해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재 대한건축사협회장도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분담금 부담으로 조합원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정비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현·소민호·윤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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