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서울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26%

‘주식·채권 매각’ 자금 동원 제출

주식 하락하자 자금조달 ‘차질’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주식 자금이 증발해서 분양 계약금을 못 내게 생겼습니다. 어떡하죠?

한 신축 아파트 청약 당첨자 A씨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최근 증시가 급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분양시장에서 계약금을 내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주택을 취득할 때 주식·채권 매각 자금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비중이 30%까지 치솟아 주식의 변동성이 주택 매수 실수요자에 끼치는 영향이 더 커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7일 분양시장에 따르면 최근 일반분양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일부 신축 단지에선 계약금을 내지 못해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본래 주식에 담아두던 자금을 신축 아파트 계약금으로 조달하려고 했지만, 코스피 급변동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긴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달 서울 한 신축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된 A씨는 “국내 주식에 투자한 자금이 현재 급락했다”며 “계약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하루가 다르게 이자가 붙는데, 그 전까지 자금 회복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일반분양 당첨자들은 계약 후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납부하고, 이를 내지 못하면 익일부터 일정 수준의 연체 이자가 발생한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예비 당첨자들 사이에서도 당장 바로 입금해야 하는 1000만원을 넣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나오는 등 굉장히 다양한 케이스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주식시장에서는 6월 기준으로 투자 예탁금이 110조원까지 급증하는 등 자금이 쏠렸다. 그러자 서울서 주택을 매입하는 이들 중 ‘주식·채권 매각 자금’을 동원하는 비중도 동반 증가했다.

3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강남구 및 서초구 지역의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3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강남구 및 서초구 지역의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가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상반기 서울 자금조달계획서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집을 사며 ‘주식·채권 매각 자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제출한 이는 지난 ▷1월 22% ▷2월 24% ▷3월 21%에 그쳤다.

하지만 코스피가 오르기 시작한 4월 27%까지 뛰더니, 5월에는 31%를 기록해 올해 처음 30%를 넘겼다.

코스피가 반도체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하는 등 116%대 성장세를 보인 6월에도 해당 비중은 26%를 유지했다. 1~6월 상반기를 모두 합치면 총 6만1425건의 자금조달계획서 중 주식·채권 매각 자금을 동원한 건수는 1만5968로 전체 26%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식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머니 무브’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코스피가 급락장에서 주택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훈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교수는 “주식 장이 좋으면 부동산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갑작스런 자본시장 변동성이 일부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