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30분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베트남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별리그 D조에서 카타르를 4-1,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고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결과는 2전 전승인데 내용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대회 4연패를 노리는 이민성호가 베트남과의 8강전을 앞두고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다.
사우디전 전반 60여분 ‘고전’
가장 큰 걱정은 22일 사우디전이 남긴 인상이다. 평균 나이 21세로 한국보다 두 살 어린 사우디는 라인을 내리고 몸싸움과 강한 압박으로 맞섰다. 한국은 패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잦았고, 공격도 매끄럽게 풀리지 않았다. 첫 슈팅은 전반 22분에야 양민혁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34분에는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반 초반에도 사우디의 돌파에 이은 슈팅을 골키퍼 김준홍이 막아내며 겨우 고비를 넘겼다.
흐름이 바뀐 것은 후반 10분 배준호가 투입된 뒤였다. 후반 22분 엄지성의 프리킥 크로스를 신민하가 헤더로 넣었고, 2분 뒤 배현서의 크로스를 김명준이 다시 헤더로 마무리했다. 두 골 모두 크로스에서 나왔다. 촘촘한 수비를 무너뜨린 것은 짜인 공격 전술이 아니라 세트피스와 크로스 한 방이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전반 초반부터 많은 패스 실수가 나왔고, 상대의 패스 플레이를 앞에서 눌러주지 못해 아주 쉽게 우리 진영으로 전진하도록 놔두면서 우리 스스로 어려운 경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의 정신적인 준비나 컨디션이 100%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8강전에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측면 의존·세트피스…‘플랜B’가 안 보인다
전술 면에서는 공격 방식이 단조롭다는 점이 지적된다. 엄지성과 배준호가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격이 두 선수의 측면 돌파에 지나치게 기댄다는 평가다. 선수들 사이의 패스와 연계 플레이 완성도가 아직 낮은 상황에서, 측면이 막히면 꺼낼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
세트피스도 과제다. 결승골이 프리킥에서 나오긴 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았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 미리 준비한 움직임이나 약속된 패턴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위원은 “세트피스 기회가 상당히 많았는데 상대에게 위협을 주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8강 이후를 대비해 세트피스 전술을 감춘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부진했던 양민혁·이현주 다시 선발…로테이션의 시험대
이런 가운데 이 감독은 베트남전 선발 명단을 크게 바꿨다. 골문은 김준홍이 지키고 배현서·신민하·김지수·최석현이 수비를 맡는다. 주장 이기혁과 강상윤이 중원에 서고, 2선에는 배준호·이현주·양민혁이, 최전방에는 이영준이 선다.
조별리그 두 경기에 모두 나선 김명준, 이승원, 엄지성은 벤치에서 출발한다. 사우디전 뒤 쉴 시간이 이틀뿐이었던 점을 고려한 로테이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우디전에서 몸놀림이 무거웠다는 평가를 받은 양민혁과 이현주가 다시 선발로 나선다는 점은 변수다.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해 컨디션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속골을 넣은 김명준과 공격의 중심 엄지성이 빠진 상황에서 새 조합이 공격을 풀어내지 못하면, 사우디전의 답답함이 되풀이될 수 있다.
이 감독은 내용보다 결과를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우디전 뒤 “8강부터는 토너먼트라 안정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며 “팬들이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원하시겠지만, 이제부터는 결과를 낸다는 목적으로 명확하게 플레이하겠다”고 말했다.
방심은 금물…진짜 시험은 일본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앞선다. 베트남은 한국 축구를 잘 아는 김상식 감독이 9~10월 A매치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빠졌다. 딘홍빈 수석코치가 임시로 지휘하고, 공격수 응우옌 딘박 등 주축 선수도 성인 대표팀에 차출됐다. 조별리그 C조에서는 1승 1무 1패로 조 2위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이기혁·엄지성·양현준이 와일드카드(나이 제한 없이 뽑는 선수)로 합류하고 해외파도 대거 가세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U-23 대표팀 간 역대 전적은 6승 4무로 한국이 앞선다. 하지만 4무 가운데 하나가 뼈아프다. 한국은 지난 1월 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7로 져 4위에 머물렀다. 공식 기록상으로는 무승부지만, 사실상 베트남에 처음 무릎을 꿇은 경기였다.
더 큰 걱정은 베트남전 다음이다. 베트남을 이기면 30일 준결승에서 중국-태국전 승자를 만나고, 결승에서는 가장 유력한 금메달 경쟁자인 일본과 만날 수 있다. 일본은 2028 LA올림픽을 대비해 U-21 선수들로 팀을 꾸렸지만 여전히 전력이 탄탄하다. 이민성호는 1월 U-23 아시안컵 4강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사우디전 같은 경기력으로는 일본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베트남전은 준결승 진출을 넘어, 이민성호가 경기력 우려를 씻어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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