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28년만 ‘엔저 저지’ 공동전선

트럼프 “日과 좋은 관계여서 개입”

양국재무 “무질서한 변동성 대응”

日 “美국채 매각 대신 담보 대출”

엔/달러 환율 163엔→156엔대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우호 관계를 이유로 미국이 엔·달러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지난달 말 미일 공동 시장개입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추가 공동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었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는 언제나 일본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관련기사 3면

최근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개입 규모를 6조~7조엔(약 55조~64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베선트 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미일 공동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를 시정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단호한 시장 및 통화 정책 조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지난달 31일 공조된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엔화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부는 일본 재무성 및 일본은행과 긴밀히 소통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같은 날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담화를 통해 “지난달 31일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며 “이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앞으로의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는 대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 담보 대출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재무부 지시에 따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에 앞서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환율과 거래 상황을 확인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지난달 31일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메모에 ‘일본 엔(JPY) 50억~100억달러’라는 문구가 포착되면서 미일 공동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달러당 163엔대였던 엔화는 지난달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59.54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3일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56.36엔에 거래됐다.

이번 발표로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됐던 미일 외환 공조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외국 통화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추가 공동 개입 가능성까지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