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부 47도…워싱턴주 산불 5000가구 대피
유럽도 산불 확산·가뭄에 헝가리 원전 중단
칠레는 폭풍에 2명 사망·주민 2000명 고립
아르헨 최악 폭설로 관광객 수백명 긴급대피
북반구는 살인적 폭염과 산불로, 남반구는 기록적 폭설과 폭풍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세계가 동시다발적인 이상기후에 신음하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제2 도시인 스포캔시(市) 인근에서는 산불 3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8.2제곱마일(약 21㎢) 이상 면적을 불태웠다. 이 산불로 주택·건물 등 약 600채가 잿더미가 됐고, 주민 5000 가구가 긴급 대피했다. 다만,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밥 퍼거슨 워싱턴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9월 말까지 농업 목적 등의 불태우기를 전면 금지했으며, 국립기상청(NWS)도 워싱턴주 동부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현장에 투입된 연방 대응팀의 벤저민 코셀 공보관은 “기상 상황도, 지형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는 미국 서부 전역을 덮친 폭염이 있다. NWS 기상학자들은 애리조나주에서 몬태나주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고기압 능선이 형성돼 열기를 지표면 가까이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미 한 차례 폭염 사태를 겪어 대기가 건조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폭염이 이어지면서 서부 전역에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NWS는 워싱턴주 외에 오리건주 동부에도 적색경보를 내렸다.
폭염 여파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올해 들어 최고 온도인 화씨 115도(섭씨 46.1도)까지 치솟았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캘리포니아주 엘센트로도 화씨 117도(섭씨 47.2도)를 기록했다. 야간 최저기온도 화씨 80도대 후반∼90도대 초반(섭씨 32도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폭염 취약층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모건 스테스먼 NWS 기상학자는 “밤에도 더위가 가라앉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실내에 머물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유럽도 올해 6월 말과 7월 초에 폭염을 겪은 데 이어 최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대규모 산불 피해가 났고 그리스와 튀르키예에서도 산불이 번지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추는 등 폭염 여파가 산업 인프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남부 바르 지역 대형 산불이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접근이 어려운 산림지대로 이동해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주 수만 헥타르를 태운 대형 산불 대부분이 진화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재발화가 이어지고 있다. 서부 카세레스에서는 약 80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가 귀가했지만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아 자택 대기 명령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폭염과 산불은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기후변화로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적도 태평양 수온 상승 현상인 엘니뇨의 영향까지 겹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가 195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반구에서 폭염으로 신음하는 사이, 남반구에서는 정반대의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칠레 중남부에는 강한 폭풍우가, 아르헨티나 서부 안데스 산악지대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는 칠레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중남부 지역에 폭우와 시속 100㎞를 넘는 돌풍이 몰아쳐 최소 2명이 숨지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망자들은 차량 위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서비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재민은 347명, 고립 주민은 2052명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하천 범람과 산사태,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여러 지역에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재난문자를 발송해 긴급 대피를 안내했다.
주택 11채가 완전히 파손됐고 100여 채가 심하게 부서졌으며 1000여 채는 일부 피해를 봤다. 전국적으로 약 15만6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수백 명이 하천 범람으로 고립됐다.
칠레와 국경을 맞댄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안데스 산악지대에서는 폭설과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관광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비상대응팀과 헌병대는 푸엔테 델 잉카에 있던 관광객들을 인근 페니텐테스로 이동시켰으며, 일부는 저체온증과 저혈압, 불안 증세로 치료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최근 산악지역에서 관광객 고립 사고가 잇따른 점을 고려해 비상 프로토콜을 즉시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멘도사에서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이어진 폭설로 현재까지 산악지대에서 300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연결하는 ‘그리스도 레덴토르 국제통행로’도 계속 폐쇄된 상태다.
국경 통행이 막히면서 화물차 수백 대는 다른 국경 통로로 우회하고 있으나 칠레 입국까지 최대 나흘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기상 당국은 다음 주 중반 이후에야 기상이 호전돼 국제통행로 운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