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침투·치료물질 전달 동시에

동물실험 종양 크기 70~80% 감소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김유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AIST 교수, 이용규 한국교통대 교수, 윤아름 한양대학교 박사, 이수삼KAIST 박사. [KAIST 제공]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김유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AIST 교수, 이용규 한국교통대 교수, 윤아름 한양대학교 박사, 이수삼KAIST 박사. [KA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스스로 ‘여기 있다’는 위험 신호를 보내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하고, 동시에 유전자 치료제까지 전달하는 새로운 항암 플랫폼을 개발했다.

KAIST는 김유천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 내부에 강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하고, 다양한 유전자 치료제를 세포 안까지 전달하는 ‘나선형 폴리펩타이드 나노입자’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나노입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나노소재의 성분뿐 아니라 나선형으로 감긴 모양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선형 나노입자는 일반 세포보다 막의 전기적 특성이 다른 암세포를 우선적으로 찾아 침투한다. 이후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여러 세포 소기관의 막을 교란해 암세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암세포는 죽어가면서 ‘여기 위험한 세포가 있다’는 구조 신호인 손상 연관 분자 패턴을 주변으로 방출한다. 이를 감지한 면역세포는 그동안 숨어 있던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시작한다.

이번 나노입자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 치료제를 실어 나르는 운반체 역할도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작은 간섭 리보핵산(siRNA)은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 어렵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입자는 이를 세포질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연구팀은 흑색종과 대장암 생쥐 모델에서 면역 회피 단백질인 PD-L1을 억제하는 siRNA를 나선형 나노입자에 탑재해 투여했다. 그 결과 종양 성장이 약 70~80% 억제됐으며,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도 종양 내부로 많이 침투해 항암 면역반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