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시각차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미국을 비롯해 주요 수출대상국에 한창 물량을 쌓아둬야 하는 시기인데 배가 묶여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요. 납기 지연도 문제지만 운임료 상승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네요.”

전남 광주의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수출업체들과 해운업계는 물품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되거나 예정된 항로를 지키지 못해 주문 취소, 납기 지연 등 수출 차질에 따른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물류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납기 지연 등의 피해도 가전, 타이어 등 한진해운 이용 비중이 큰 일부 업체들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차에 정부가 현장과 달리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해운업계,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박 중 해상 또는 각국 항구 바깥에 있거나 억류돼 제때 하역하지 못한 화물 가액이 14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어 내리지 못한 화물이 약 25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물량의 경우 언제 하역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게 정부의 설명이다.

발이 묶인 물량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들의 수출 차질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현재까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수출차질액 규모가 1억달러(약 1090억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외 입항거부, 선박억류 등이 주된 이유였다. 특히 김, 김치 등 식품 분야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하역을 못 하면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냉장고, 타이어 등 한진해운과 운송계약을 맺어 수출 물량이 많은 업체들의 경우 보다 큰 타격이 예상된다. 대체선박을 확보한다고 해도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임료 인상도 업체들에게 부담이다.

전남 여수산단 내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대체 선박은 여유가 있어 큰 걱정은 없지만 운임료 상승이 문제”라며 “수출 일정을 맞춰야해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신고센터에 선박이 억류되면서 제품 가치가 하락했거나 기계 납품 지연으로 패널티를 부과하게 됐다는 등의 피해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입 업체뿐 아니라 중소업체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에서 단순한 실태 파악보다는 실질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