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점증하는 분위기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년만에 최대 상승해 인플레 현실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세계 각국이 고유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근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해온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마저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고유가와 AI 투자는 한국 경제를 비껴갈 수 없는 핵심 이슈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에너지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분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지만 동시에 하루 평균 620만 배럴을 들여오는 수입국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세와 높은 서비스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연준이 인플레 확산을 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KIEP는 이날 ‘2026년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 3%를 유지하면서도 중동전쟁 충격에도 세계 경제가 견조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KIEP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12개월 동안 이어질 경우 세계 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충격이 없을 때보다 0.5~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하방 요인이 있지만, AI 투자 확대라는 성장 동력이 이를 완충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근 AI 투자 사이클마저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국면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AI 인프라의 전력·운송·부품 비용이 함께 상승해 관련 투자와 교역이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 지난 1분기 세계 주요국 가운데 경제 성장률 1위를 달성한 우리로서는 각별히 주목할 대목이다.
종전을 두고 막판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동전쟁이 전격 타결되더라도 고유가발 물가충격이 자동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원유 생산시설이 많이 파괴됐고, 증산을 하려면 재투자를 해야 해 고유가는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고가격제와 같은 한시적 통제 장치로 고물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고물가속 경기침체라는 최악의 국면에 놓이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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