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프로덕션 드라마 제작경험 살려 19대 국회서 한류전도사 명성…‘문화영토, 경제로 확장’ 박창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의 韓流문화론
박창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56)은 오랜 기간 현장에서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했다. 1세대 드라마 제작사라 할 수 있는 김종학프로덕션에서 제작 프로듀서로 일하며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별을 쏘다’ ‘풀하우스’ ‘태왕사신기’ ‘하얀거탑’ ‘베토벤바이러스’ 등을 제작했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잘 안다.
박 회장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가 지난 4년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소속돼 수많은 문화 현장을 뛰었다. 국회의원 시절 하루에 보통 5~6군데의 현장을 찾아 담당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만 봐도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하는 홍길동이다. 그는 현장을 가장 중시하는 문화전문가다.
“현장을 돌아다니지 않고, 보지 않으면 녹슨다. 현장을 보면가슴에 뛰는 게 있다. 국회 상임위가 열려도 연락이 오면 가서 격려도 해준다. 현장에서 문제가 나오면 국감에서도 말했다.”
드라마제작자 출신 국회의원 1호인 박 회장은 70여명의 국회의원들로 ‘컬쳐비타민’이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친목 모임을 만든 이유는 현장감을 익히자는 것이었다. 그들과 매달 한번씩 영화, 뮤지컬, 발레, 음악공연 등을 봤다. 그중에는 뮤지컬을 처음 봤다는 의원도 있었다. 보고나면 무대 뒤로 가 4대 보험도 안되는 스태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12년 국회에서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일명 ‘장자연법’)을 발의해 가결했고, ‘예술인복지법’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 발의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 한류기획단을 만들었던 그는 요즘은 김종학프로덕션 회장과 드라마제작사협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문화예술특성화 대학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의 제 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우리 문화예산은 5조원이 안된다. 아직 전체예산의 2%도 안된다. 한류는 시장에 맡기는 것도 있지만, 정부에 한류를 총괄한만한 국(局)이 있어야 한다. 흔히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최소한의 감독은 필요하다. 심형래감독에게 큰 돈을 지원하고 엉망이 되지 않았나. 한류기획단은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문화원과 코트라, 한인회를 통해 해당국 문화 트렌드를 빨리 파악, 흡수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 그리고 한류기획단은 정권과 관계없이 운용되어야 한다.”
▶한류, 문화영토 확장이 경제영토 확장으로
박 회장은 문화융성은 웅성웅성거려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모험할 수 있게 해주고 일을 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대중문화와 한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끼를 실현시킬 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문화융성이다. 홍콩과 상하이에 분교도 만들고 한국예술인들이 세계에서 노는 것, 그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유학 간 젊은이들을 다 불러들인다. 이들이 자국에서 할리우드와 한류를 연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학 가 학위를 받고 돌아와도 일할 자리가 없다. 유학 갔다 오면 PD로 일하려고 해도 나이가 많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문화 관련 직장이 인기다. 선박, 철강, 자동차 사업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영토 확장이 경제영토 확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박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한류와 긴밀히 연관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문화는 핵탄두와 미사일을 녹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미 2014년 제 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앞두고 북한 희극인 5명 정도를 초청하기 위해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스위스와 프랑스, 영국을 통해 섭외를 시도했다. 성사는 되지 못했지만, 계속 추진해 부산에서 북한 코미디 무대를 함께 보게 해보고싶다고 했다.
“북한 희극인 초청은 내년에도 할 것이다. 이는 남북문화 교류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치 얘기 안하고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다. 이런 것도 우리가 조금 과감하게 모험할 필요가 있다.”
박 회장은 북한에 삼국시대 세트장을 짓는 구상도 들려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 총장을 통해 이 구상을 전달했다. 당시 경기도 장단에 그런 공간을 지으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아예 북한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북한은 실제 고구려땅이다. 우리 기업이 그 곳에 들어가 삼국시대 세트를 짓고 유지하면 된다.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드라마를 만들고 나면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로 통일 주춧돌을 여는 하나의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로 인해 남북관계가 갑자기 경색될 수도 있지만 문화는 문화로만 풀어가는 게 원칙이다. 사실 북한과 우리는 문화 DNA가 똑같지 않나.”
▶외주제작 분량 60% ↑…드라마 제작환경은 더 퇴보
박창식 회장은 드라마 제작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다. 외주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은 국회 들어가기 전에 비해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오히려 후퇴한 것 같다. 과거에는 외주사와 방송사가 서로 설레면서 일을 했는데 지금은 방송사가 힘들어 죽은 판이다. 전체 드라마중 외주제작 분량이 5%에서 60%까지 올라갔는데도 방송국은 구조조정이 안되고 있다. 광고가 잘 안붙고, 시청률이 떨어지는데, 직원들을 먹어살려야 하니, 방송국으로부터 돈을 받고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의 생각은 헐리우드에 가있는데, 방송국 인력관리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일본과 영국은 모두 아웃소싱한다. 우리도 방송국이 송촐기능만 갖고 아웃소싱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회장의 드라마 제작에 관한 말은 힘이 붙어있었다.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었다.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3억~3억5천만원인데, 광고는 1억~2억원 정도 밖에 붙지 않는다면,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갈 수 있겠는가 라고 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는 중국에서 만든 드라마가 MBC나 SBS 주말드라마가 될 수 있고 미국드라마가 수목극이 될 수도 있단다. 그는 “플랫폼을 가진 방송가가 앞에서 잘 이끌어야 한다. 계속 갑질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 1명, 외주 PD 한 명으로 구성된 회사가 지상파방송국에서 외주권을 따내는 실정이다. 드라마제작사협회에 가입된 30개의 제작사중에는 그런 회사는 없다. 특수관계자 조항에 의해 편성에 제한을 받았던 방송사 자회사도 일반 외주사처럼 제작할 수 있게 한 것도 후진국 발상이다.”
드라마는 외주제작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박 회장은 드라마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주 제작 심사는 자유경쟁체제의 입찰로 해야 한다. 슈퍼스타K처럼 오디션 형태로 시놉시스와 인터뷰를 보면서 잘 되는 걸 밀어줘야 한다. 그리고 드라마를 잘만든 외주사는 권리도 그만큼 가져야 한다.”
▶사드 대처법…정치는 정치 문화는 문화로 풀어야 한국 드라마는 내수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내수만으로는 대작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한류는 드라마 제작의 숨통을 트여준 기회였다. 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한류에 변화의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유샤오강 중국드라마제작산업협회 회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사드는 정치적인 문제고 문화는 문화대로 풀어나가자고 했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로 인해 문화가 단절되지 말자는 생각을 공유했다.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 한중문화합작교류가 100건이 진행되고 있다면 최종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50건이 안된다. 나머지 무산된 50건을 사드 탓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근거없는 낙관은 피해야 하고 앞으로도 변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꾸준히 논리를 가지고 설득과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인구가 18억명에 육박하는 중동에서의 한국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다. 한국 사극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우리 역사속 인물의 사상과 행동이 그들의 의식과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카타르항공사 직원 중에서 한국인이 1200명이나 된다는 설명도 들었다.
박 회장은 이런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협회내에 드라마 기획과 제작 수준을 높여줄 프로듀서를 양성하는 드라마프로듀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공채 1기 탤런트도 뽑았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드니까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중심이 된다. 아시아의 할리우드 자리를 중국에 내줘서는 안된다. 중국 등에서 땅을 빌어 우리가 나무를 심는 형태, 이게 컬처 테크놀러지의 힘이다.”
박창식 회장이 걸어온 길▷1959년 충북 단양 출생 ▷1993~1996년 SBS 프로덕션 프로듀서 ▷2006~2007년 방송위원회 외주제작개선위원회 위원 ▷2008~2012년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부회장 ▷2009~2012년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이사, 현 회장 ▷2011~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2013~2016년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2013.5~2016년 새누리당 경기도당 구리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2014~2016년 국회운영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2013~부산국제코미디 페스티벌 전 조직위원장, 현 명예위원장 ▷2016.9~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9대 총장대
서병기 선임기자/사진=윤병찬 기자/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