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지만, 이는 리얼리티 예능이자 한 편의 드라마다. 시청자들의 제보로 만들어진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던 사이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900회를 맞았다.

18년 3개월의 발자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시청자들의 제보로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순간포착’으로 현장감은 살리되 드라마적 구성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1998년 5월 6일 가정의 달 특집으로 시범 방송된 뒤 이달 21일부터 정규 방송으로 편성됐다. 당시 제작진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이나 특별한 사연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적 서사구조로 표현”하고자 했다. 신기하고 놀라운 소재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이를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기획 당시 혁신적인 촬영 장비였던 6mm 카메라를 이용해 리얼리티를 높이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초반 6~7%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1999년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원숭이를 포획하는 과정을 다룬 ‘부산 원숭이’와 죽음에 내몰린 개 누렁이를 구출하는 1시간 특집방송 ‘누렁이 구조작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00년대 중반에는 평균 16%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18년간 상복도 많았다. ‘누렁이 구조작전’은 ‘2000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수상, 2006년 성형 중독 여성, 이른바 ‘선풍기 아줌마’를 다룬 ‘잃어버린 얼굴’은 방송 당시 순간 시청률 31%를 기록하며 ‘실화에 관한 프로그램 은상, 2010’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 방송된 ‘맨발의 기봉이’는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고자 달리는 지적장애를 가진 효자 기봉씨의 사연을 다룬 이야기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2016년 현재도 목요일 오후 9시 가족 시간대에 평균 11% 이상(2016년 상반기, AC 닐슨, 수도권 기준) 시청률을 유지하며 SBS 대표 교양프로그램으로 건재하고 있다.

▶‘선풍기 아줌마’를 기억하시나요, 시청자의 제보가 만든 감동=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이끌어 온 건 시청자들의 제보였다. 지금은 시청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 많이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원조격에 가까웠다.

18년 3개월간 주변 이웃들, 혹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프로그램 소재가 됐다. 그동안 제작진이 받은 제보만 약 55000건, 이 중 방송된 이야기는 총 4230건에 달한다. 단순히 특정 소재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극복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표적으로 화제가 됐던 편은 ‘잃어버린 얼굴’이었다. 이른바 ‘선풍기 아줌마’로 알려진 한미옥씨의 사연으로, 성형 중독에 빠져 보통 사람보다 몇 배 크고 일그러진 얼굴을 가지게 된 성형 중독 여성을 조명했다. 이는 시청자들 사이에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성형 중독에 대한 사회적 문제도 되짚었다. 주인공이 원래 얼굴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고군분투와 더불어 제작진은 주인공의 얼굴 복원 수술에 동참했다. 시청자들은 선풍기 아줌마를 적극 응원했고, 후에 정상적인 모습을 많이 되찾은 모습이 방송돼 안방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요가 하는 생후 8개월 아이 시은이부터 113세 한국 최고령 할머니까지,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지난 2004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은 주인공으로 소개된 후 군 입대를 앞두고 제작진과 함께 150cm가 넘는 머리카락을 자르며 “나는 ‘세상의 이런 일이’와 함께 자라 왔다”며 벅찬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단순히 화제성을 떠나, 4000여 개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함께 전해줬다.

연출을 맡은 허강일 PD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외부적으로 많이 생겼고 구성방법과 취재방법 또한 보편화돼 어떻게 새로운 소재를 찾아낼 것인지가 영원한 숙제”라며 “더 많이 전화를 하고 더 많이 찾아내는 것 말고 무슨 정답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가 한국 방송사에 주는 의미=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다. 때문에 전 연령대 가족 시청자가 다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전체 연령가’ 프로그램인 셈이다.

18년간 MC 자리를 지켜온 임성훈은 ‘세상에 이런 일이’를 “가족 예능”이라고 말한다. 임성훈은 “신동 한 명이 소개되더라도 아이들과 더불어 학생들도 그걸 보고 꿈을 키우고, 신체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결핍을 극복하는 걸 보고 어른들은 용기를 얻는다”며 “몇십 년 동안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는 노년층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여기에 희망도 함께 보여줬다.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임성훈은 “대단하다고 느낀 건 사연을 소개만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으면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다”며 “수술이 필요하신 분들은 수술도 해드리고 도움도 많이 드렸는데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 같이 보면서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은 많지만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드물다”며 “신비한 이야기나 감동적인 사연, 우리 이웃의 기막힌 이야기에 대중의 관심이 많고 실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연예인들이 만드는 자극적인 스토리의 예능이나 막장 드라마만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도 보고 싶어 하는 요구가 있다”며 “이를 방송국이 간과하고 있어 상당히 아쉬운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오랫동안 채워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특집 방송은 1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