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나이지리아 동북부 치복시(市)에서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 조직원들에 의해 납치된 여학생들이 마을에서 3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11일 간 머물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국의 미흡한 초기 대처로 여학생들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놓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 딸이 납치된 피해자이자 나이지리아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에노치 마크는 AP 통신에 “11일 동안 우리 딸들은 한 장소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납치범들은 치복에서 멀어야 30㎞ 되는 곳에서 아이들을 지내게 했지만, 그 누구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코하람 조직원들은 지난달 14일 보르노주(州) 치복시에 있는 여자중학교를 습격, 학생 276명을 집단 납치했다. 이들은 피랍 여학생 일부를 노예로 팔았으며, 앞으로 추가 납치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마크는 보코하람 조직원들이 치복시 인근에 여학생들을 숨겼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눈속임용’으로 잇단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고 역설했다.

지난 9일 밤 아다마와주와 보르노주 경계에 있는 리만 카라 마을에서 벌어진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도 이 같은 시도의 일부였다는 주장이다.

당시 이 무장세력은 아다마와주와 보르노주를 잇는 교량을 폭파, 주민 3000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보르노주는 보코하람의 근거지다.

또 지난 5일에는 보르노주에서 나이지리아와 차드를 잇는 교량이 폭발물에 의해 파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지역 인근 산들은 보코하람의 비밀 은신처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즉 보코하람이 보르노주에서 계속 피랍 여학생들을 억류하고 있으면서, 당국의 눈을 돌리고 구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잇달아 크고 작은 공격을 시도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도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납치 4시간 전에 입수하고도 이를 무시했다”고 10일 주장했다.

한편,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가 제안한 여학생 인질들과 반군 수감자들을 맞교환하자는 요구를 거부했다고 AF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바 모로 나이지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보코하람의 여학생 인질 석방 조건을 제안하는 영상물이 공개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코하람 측의 요구를 거절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AFP통신은 보코하람의 영상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영상물에서 셰카우는 납치한 276명의 여학생들 가운데 약 130명을 공개했다. 검은색 옷에 회색 히잡을 두른 채 관목지대에 앉아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낭송하며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셰카우는 “이 여학생들을 우리가 진정으로 해방시켰다는 사실을 아는가”라며 “이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형제들을 석방하기 전까지는 결코 개종을 거부한 여학생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