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이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있는 핵무기를 루마니아의 데베셀루 공군기지로 움직이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유랙티브(Euractiv)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터키에 보관한 B61 핵폭탄을 루마니아 공군기지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고 단독보도했다.

유랙티브는 익명을 요구한 2명의 관계자를 통해 미국이 터키와의 외교전선을 변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달 쿠데타를 진압한 이후 러시아와 친선외교에 나서는 등 미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미국이 핵폭탄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랙티브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미국이 최근 터키와 외교적 마찰을 겪으면서 인지를릭 기지에 보관한 B16 핵폭탄 약 50발을 루마니아 데베셀루 공군기지에 이전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관계회복에 합의했다. 당시 미국은 터키와 공군기지 안전 관리와 재미 이슬람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루마니아 데베셀루 공군기지는 옛 소련시절에 건설된 곳이었다. 미국은 이곳에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13년부터 약 8억 달러(9천32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루마니아 MD 기지가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이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조약’(INF)을 직접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전통적인 러시아 세력권이었던 동유럽 한복판에 MD 기지를 세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데베셀루 기지에는 미국의 유럽 MD 체계에 포함되는 SM-3 요격미사일과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보관된 핵폭탄을 루마니아 데베셀루 공군기지에 이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데베셀루에 MD 시스템을 구축할 당시에도 러시아는 자국의 “핵전력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사무총장은 “우리의 요격용 미사일은 폭약을 장착하지 않고 있어 원하더라도 공격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비통제 차관보는 “미국과 나토는 MD체계가 러시아의 전략적 억지 능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그런 능력도 갖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말했다.

인지를릭 공군기지는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68마일(109㎞)떨어진 곳으로, 미군의 B61 핵폭탄 약 50발이 21개의 창고에 저장돼 있다. 지난달 에르도안 정권은 터키 내 쿠데타 세력이 인지를릭에 주둔했다며 기지 전원공급을 차단하고 운영을 중단했다. 미국과학자협회(FAS)의 핵무기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슨은 “터키와 인지를릭 기지의 안보 상황이 더는 미국이 핵무기를 비축할 안전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유랙티브의 확인문의에 루마니아 외교부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미국 측은 아직 답변하지 않았으나 향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나토 동맹국은 미국의 핵폭탄이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의무를 다하고 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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