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장필수 기자]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입을 열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입을 닫았다. 대권시계는 빨라지고 대권 판을 둘러싼 잠룡의 행보도 구체화되는 시점이다.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안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제안과 침묵, 그 간극엔 두 잠룡의 오랜, 얽히고설킨 정치 인연이 있다.
문 전 대표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꺼낸 야권통합 카드는 의미심장하다. 문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되리란 시기에 때마침 입을 연 문 전 대표다. 그는 “지난 총선에선 야권이 서로 경쟁했으나 내년 대선에선 정권교체를 위해 다들 뜻을 함께 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에 앞서 추도사를 대신한 글을 언론에 배포했다. 추도식 행사에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런 예상과 달리 김 전 대통령 추도를 넘어 야권통합과 대권 구상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안 전 대표를 향해서도 “어떤 방식이든 (안 전 대표와)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나란히 앉았다. 추도식의 취재 열기도 온통 나란히 앉은 두 잠룡에게 쏠렸고, 이들의일거수일투족이 관심 대상이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와 야권통합을 논할 수 있다고 밝힌 건 이날 발언이 그저 형식적으로 내놓은 발언이 아님을 시사한다.
안 전 대표는 침묵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자연스레 관심은 안 전 대표에 쏠렸다. 그는 문 전 대표와 따로 얘기를 나눌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유사한 질문이 반복되자 수초 간 아무 말 없이 침묵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끝내 문 전 대표의 제안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추도식을 마무리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수많은 정치적 굴곡을 거치며 자의타의로 얽혀 있는 인연이다. 지난 대선에선 막판 후보 단일화로 안 전 대표가 한발 물러섰고, 지난 야권 분당사태에선 안 전 대표가 더민주를 탈당,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했다. 동지라 보기에도, 적이라 정의하기에도 뭔가 명확지 않은 두 잠룡의 인연이다. 안 전 대표의 묵묵부답도 그래서 해석이 분분하다. 거절일 수도, 고심일 수도, 혹은 논할 대상도 안 된다는 평가절하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