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대한민국 국민 10명중 9명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76.9%는 성폭력 범죄에 사형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성폭력 범죄에 대한 ‘중형주의’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이훈동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검찰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성폭력범죄에 대한 유럽 각국의 형량 및 형집행실태’ 보고서에서는 성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이같은 ‘중형주의’의식이 담겨 있다.
국민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성 범죄에 대한 현재의 법원 선고 형량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1207명), ‘별로 그렇지 않다’(595명) 등 국민 전체의 90.2%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성 범죄자에 대한 사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957명), 대체로 그렇다(579명) 등 약 76.9%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형벌외 별도의 제재조치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1366명), 대체로 그렇다(565명) 등 96.6%가 찬성했다. 성 범죄자들에 대해 ‘중형’을 요구하는 동시에, 형벌 이외에도 전자발찌, 보호관찰 등 별도의 제재를 가하는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자발찌의 성폭력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454명이 ‘전혀 효과없다’, 1042명이 ‘별로 효과 없다’고 답하는 등 74.8%가 불신했다. 신상정보공개 제도에 대해서도 전혀 효과없다(113명), 별로 효과 없다(558명) 등 33.6%가 효과를 의심했다. 또 최근 도입된 화학적 거세에 대해서 조차 전혀 효과 없다(111명), 별로 그렇지 않다(360명)는 대답이 많아 약 23.6%가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국민들은 형벌 외의 제재로 ‘자유제한적인 처분’에 89.1%가 동의하는 등 실질적인 이중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형주의가 늘어나는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예방책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 범죄 관련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일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10년 대검찰청의 의뢰를 받아 펴낸 ‘현대 형사정책에서 엄벌주의(Punitivism)의 등장’ 연구서에 따르면 “가혹한 특별법의 양산은 오히려 규범인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해 웬만한 사람은 그와 같은 법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를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며 “범죄진정효과는 가중처벌법을 양산한다고 해서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형량을 가진 법률일지라도 공정하고 사법적 정의에 합당하게 적용ㆍ집행하는 데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