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에 이어 일자리사업에까지 ‘사전협의제’ 도입을 추진하자 지방자치단체가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 정신에 역행한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의 복지제도 신설·변경 시 정부와 사전협의토록 한 사회보장기본법을 근거로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을 직권 취소한데 이어 고용노동부가 지자체의 일자리 사업 사전협의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지자체가 일자리사업을 고용부와 사전협의하지 않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으면 교부세를 깎거나 이미 지급된 교부세 일부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는게 핵심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일자리 사업 틀에서만 지자체의 일자리 사업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연내 일자리 사전협의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자치단체 일자리 사업을 대상으로 사전협의제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자리 사업의 중복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협의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지방자치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강원도 경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6개 광역 시도는 “지역 특성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며 개정안 국회 통과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법예고한 대로 법이 개정되면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 차질 등 ‘제2의 청년수당 사태’가 우려된다. 경기도와 부산시 경남도 제주도 등도 “일자리 사업 사전 협의는 지방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떨어뜨려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6개 시·도는 또한 일자리 사업 범위에 대한 규정이 대통령령에 위임되면 지자체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통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교부세를 감액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전협의를 하느라 사업의 적기를 놓칠 경우 정책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사업 내용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악용돼 청년수당 사업처럼 정부의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이에 불복한 지자체의 가처분 신청 및 대법원 제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청년수당 지급’을, 경기 성남·고양·수원시 등과 ‘지방재정 개편안’ 등을 두고 올해만도 두 차례나 충돌했다. 지자체에 사무이양을 하면서도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중앙정부와 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확산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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