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대미 수출품 관세율 15%에 근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날 미국과 일본이 발표한 합의안과 같은 수준으로, 막바지 대미 협상을 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도 ‘가이드 라인’이자 수출경쟁력 저하를 막을 ‘최소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일본·독일 차와 경쟁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계로선 15%가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일본은 당초 트럼프 정부가 예고했던 25%보다 10%포인트를 내린 일본산 대미 수출품 관세율에 합의했다. 특히 자동차는 미국이 4월부터 부과한 25%를 12.5%로 내리기로 해 기존 2.5%를 더하면 15%다. 미-EU간 무역합의도 관측대로 이뤄진다면 독일 포함 유럽산 자동차 관세율도 현 27.5%에서 15%로 떨어진다. 우리 자동차업계로선 이 수치가 최후방어선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각국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자동차부품 비중은 한국 33.8%, 일본 35.3%다. 대미 흑자에선 한국 72%, 일본 82%정도다.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는 이재명 대통령 말을 빌지 않더라도 ‘15%’가 한미 협상 성적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본과 독일은 모든 분야의 대미 수출 시장에서 최대 경쟁국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가는 일본-독일-멕시코-캐나다 순이었다.

물론 일본이 받은 합의안이 ‘모범답안’일 수는 없다. 일본이 얼마만큼 대가를 허용했는지조차 아직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일본은 5500억달러(758조원)의 대미 투자, 자동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트럭과 쌀·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약속했다. 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24일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관세를 1%포인트씩 내릴 때마다 반대급부를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도 농산물 시장 개방과 대미 대규모 투자, LNG 개발 참여 등 압박을 받고 있다. 한미 사이엔 조선·방산·반도체 협력과 플랫폼 기업 규제 같은 의제도 있고, 국방비와 주한미군 비용 및 역할 등 안보 문제도 통상과 연계됐다. 무엇보다 관세에선 일본·유럽보다 불리하지 않은 합의안을 얻어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고용과 성장에 기여도가 가장 큰 부문부터 지키는 것이 ‘국익 극대화’ 관점이겠으나, 내줄 것은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 분야는 확실한 보상·지원대책을 통해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는 것 역시 중요하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