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동료이자 라이벌인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여성 정치인 ‘커리어’ 경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자 성공한 여성의 길을 걸어온 ‘엄친딸’로서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비박(비박근혜)계인 나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두각을 나타낸 반면 조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세번째 요직에 도전하면서 ‘진박’(진실한 친박)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나 위원장과 조 내정자는 같지만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의 경쟁 구도은 대학 때부터 연출됐다. 서울대학교 동문으로 나 위원장이 2년 선배다. 조 내정자는 외교학과, 나 위원장은 법학과 출신이지만 두 사람 모두 학내에서 ‘퀸’으로 소문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두 사람의 정계 입문 과정도 비슷하다. 제16대 대통령선거(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통령 후보는 여성특별보좌관에 나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에 조 내정자를 각각 발탁했다. 이전까지 나 위원장은 판사로, 조 내정자는 변호사로 일해왔다.
정권 창출에 실패한 두 사람은 다시 법조인으로 돌아가 호시탐탐 정계 진출을 노렸다. 먼저 금배지를 단 사람은 나 위원장이다. 나 위원장은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화려한 언변으로 당 대변인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까지 꿰찼다.
조 내정자는 나 위원장의 당 대변인직을 물려받으면서 다시 정계(2008년)에 들어왔다. 전임자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이면서 단숨에 새누리당의 얼굴이 됐다. 조 내정자는 같은 해(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고 나 위원장은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나 위원장은 기대했던 MB정부에서 큰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당 최고위원으로 입지를 넓혔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2011년 10월)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패배의 충격으로 한동안 정치를 멀리했던 나 위원장은 2014년 7월 제19대 국회의원 서울 동작 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 조 내정자는 당 대변인으로 얻은 유명세로 19대 국회의원(2012년) 서울 종로에 도전했지만 친박계 거물 홍사덕 전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백조(무직)’ 기간도 잠시. 조 내정자는 곧바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부름을 받았다.
조 내정자는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듬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바야흐로 ‘조윤선의 시대’가 개막됐다. 조 내정자는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을 거친 뒤 초기 내각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고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에도 기용됐다.
잘 나가던 조 내정자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서울 서초 갑) 당내 경선에서 비박계 후보였던 이혜훈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친박계의 든든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은 충격이었다. 그의 세번째 금배지 도전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반면 나 위원장은 보궐선거로 얻어낸 지역구를 지켜내면서 4선 중진 대열에 합류했다. 대중성은 물론 당내 입지도 강화돼 당 대표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스스로 만들어낸 자리다.
나 위원장의 판정승일 것 같았던 커리어 경쟁은 조 내정자가 문체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다시 불붙었다. 나 위원장이 한번도 못 올랐던 장관직을 조 내정자는 두 차례나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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