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 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가능한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화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eco+백과사전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편집자주]

[출처 : 위키피디아 커먼스]
[출처 : 위키피디아 커먼스]

봄이 오면 세상은 다시 깨어나듯 활기를 띱니다. 새들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먹이, 특히 벌레들이 많아지는 계절은 새들에게 번식의 적기입니다. 우리가 징그럽다며 피하는 애벌레나 날벌레들은 새들에게는 가장 귀한 먹이이지요. 하지만 겨울 산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먹이를 찾아 나무틈을 뒤지고 종일 날아다녀야만 겨우 하루를 버팁니다. 추운 날 충분히 먹지 못하면 체온이 떨어져 얼어 죽는 경우도 있어, 최근에는 사람들이 겨울철 새들에게 견과류 같은 고열량 먹이를 내어놓기도 합니다. 덕분에 새들은 그 험난한 겨울을 조금은 덜 고되게 보낼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 손바닥에 놓은 땅콩을 살짝 물고 가는 곤줄박이나 박새를 본 적이 있나요? 작은 새가 사람 손에 내려앉는 모습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 뒤에는 새들의 큰 용기가 숨어 있습니다. 야생의 새들에게 사람은 낯선 존재입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대상에게 다가가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새들은 점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잃어갑니다. 그 결과,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가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함부로 먹다가 탈이 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지요. 그렇기에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언제나 조심성과 경계심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가 사라진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인도양의 모리셔스섬에 살던 도도새는 사람이 처음 찾아왔을 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동료가 잡혀가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사람에게 다가갔다고 전해지지요. 결국 사람과 그들이 데려온 고양이, 쥐로 인해 도도새는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남극의 황제펭귄은 다행히도 아직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그저 남극이 인간의 발길이 드문 땅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뉴질랜드의 모아, 고양이 한 마리에 의해 멸종한 스티븐스섬굴뚝새, 하와이 이비스 같은 종들도 모두 같은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람을 쫓아가는 도도새[출처 : ChatGPT Image]
사람을 쫓아가는 도도새[출처 : ChatGPT Image]

야생동물들은 인간 사회와 접촉이 늘어날수록 적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됩니다. 중요한 건, 인간이 그 변화에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원에서 새가 손에 내려앉았던 경험은 분명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새가 한 줌 땅콩을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그리고 그런 행동이 앞으로 새들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과연 좋은 일인지에 대한 정답은 아마 쉽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가 야생동물을 만난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그 행복한 만남이 그들 삶의 방식과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조금 더 고민해본다면 우리는 자연과 함께 걷는 따뜻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야생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세상이 아닙니다. 우리 곁에 늘 함께 존재하는 삶의 일부입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작은 행동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진우 국립생태원 서식지보전팀 선임연구원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