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또다시 ‘문어영표’ 등극…시청률 톱 MBC 안정환표 폭풍입담 + 역동성 최강 SBS 덜풀린 김태영의 입…더 지켜봐야 지상파 3사 올림픽 중계 3인3색 눈길
‘설전’은 시작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올림픽 중계전쟁의 라이벌로 만났다. 지상파 방송3사는 2016 리우올림픽을 위해 막강한 해설위원들을 영입, 초호화 중계전쟁의 판을 벌였다. 브라질월드컵으로 몸을 푼 이영표(KBS), 안정환(MBC)에 김태영(SBS)이 차범근(SBS 전 해설위원)의 뒤를 이어 가세했다. 그 어떤 종목보다 치열한 스타 플레이어들의 접전이다.
방송사들이 스타급 해설위원들을 앞다퉈 영입하는 것은 동일한 화면을 봐야하는 시청자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스포츠국 관계자는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워낙 중계권료가 높아 타사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릴 경우 방송사가 입을 타격이 상당하다”며 “시청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광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방송사의 채널 경쟁력이 강화된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채널 선정의 가장 큰 요인이 되기에 이름값 높은 해설위원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 축구 중계는 이미 두 번의 승부가 진행됐다. 개막 전날인 6일 진행된 남자 축구 조별 예선 피지와의 경기에선 KBS가 7.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MBC는 5.6%, SBS는 3.2%를 기록했다. 독일과 2차전서도 KBS가 웃었다. 8일 새벽 4시 시작해 3-3 무승부로 끝난 경기는 전국 4.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는 3.4%, MBC는 2.3%를 기록했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를 호령했던 국가대표들의 중계 전쟁이 각사의 색깔을 결정했다.
2승을 먼저 따낸 KBS는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아나운서의 조합은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최약체로 꼽혔다. 당시 경쟁사에선 안정환-송종국-김성주로 이어지는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출연자 조합으로 이슈몰이를 했고, SBS는 정통성을 자랑하는 차범근 해설위원에 차두리 선수까지 합류해 배수진을 쳤다. 첫 중계석에 앉은 이영표 해설위원에게까지 관심이 미치지 않았다. 결과는 대반전. 이영표 해설위원의 판세 분석 능력과 경기 예측력은 KBS를 시청률 꼴찌에서 1위 자리에 올려놨다. 당시 쌓였던 신뢰가 리우올림픽으로 이어졌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본질’에 충실한 중계를 강조한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능력, 경기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선수시절 다져진 영리한 게임메이커로의 감각이 해설 능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해설은 경기가 돌아가는 판세에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짧은 시간에 어떤 말로 시청자를 이해시킬 것인가가 포인트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 분야에서 3사 중 단연 최고 능력치를 가졌다.
게다가 이영표 해설위원은 매경기 상대팀에 대해 그라운드를 함께 뛰는 선수처럼 분석한다. 대표팀의 실축을 지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분석과 전략을 덧붙인다. 지난 독일전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은 후반 29분 독일의 세르쥬 나브리 선수가 드리블 후 오른쪽으로 돌며 슛을 하려 하자, "나브리는 오른발 잡이라 결정적 순간에 오른쪽으로 돈다는 것을 수비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실축을 지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분석과 전략을 덧붙인다. 상당한 수고로움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이 해설위원의 경기 예측력은 이같은 판세 분석 능력과 상대팀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서 따라온 결과물이다. 이번에도 이 해설위원은 ‘문어 영표’로 등극했다. 피지전에서 ‘5골차 이상의 대승’과 독일전에서의 무승부를 정확하게 맞혔다. 이영표 해설위원에 걸맞는 들뜨지 않는 진중한 캐스터 조우종도 이쯤하면 ‘꿀조합’이다. 다만 ‘이영표X조우종’의 중계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 새벽 시간엔 취약할 수 있다.
즐기고 싶은 시청자에겐 MBC가 안성맞춤일지도 모르겠다. 안정환 해설위원과 김성주 캐스터의 조합은 스포츠의 역동성을 강조하기에 최적화됐다. 이미 수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추며 ‘김느X안느’의 조합으로 불린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예능감이 상당한 강점이다. 여기에 서형욱 해설위원이 힘을 실었다.
안정환 해설위원의 재기 넘치는 돌발 발언들은 매경기 어록으로 오르내린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 출신에서 오는 후배들과의 동질감, 가식없는 언어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단련한 입담이 그의 장점이다. 선수들을 향한 “소주 한 잔 사야겠다”, “땀 흘리기도 전에 골 넣으면 땡큐죠”라는 화답이 경기의 흥을 돋운다. 스포츠의 본질 중 하나는 즐거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상의 조합이지만 이 팀의 최대 단점은 경기가 난조를 보일 때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순간 재미는 반감된다. 다소 산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영 해설위원을 영입한 SBS는 이번 올림픽 축구 중계의 최약체다. 몇 번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차범근 해설위원이 지켰던 자리였다. 김태영 해설위원의 등판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SBS는 ‘축덕’들의 스타 캐스터인 배성재 아나운서를 함께 앞세우고 있다. K리그와 유럽리그 중계를 섭렵하며 ‘배거슨(배성재+퍼거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주인공이다. SBS에서 오랜 시간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정지현도 이 팀에 합류했다. 두 해설위원을 이끄는 캐스터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김태영 해설위원의 경우 국가대표 선배로서의 속 시원한 일침과 안정적인 중계로 일단은 합격점이다. 하지만 경쟁자들과 동일선에 놓고 평가하기엔 지표가 부족하다. 해설위원은 경기에 대한 해설을 더하고, 중계는 캐스터가 끌어가는 것이라지만 90분 내내 김태영의 목소리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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